[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폭풍이 거센 가운데 오세훈 서울시장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당 내에서조차 국정기조 쇄신 목소리가 나오고, 당의 혁신 방향에 대한 의견들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적 발언을 자제하고 시정에 집중하는 오 시장의 행보가 관심을 끌고 있는데요. 향후 여권 내 대권주자로 오 시장의 위상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옵니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도부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보선 참패를 조기 수습하려는 모습이지만, 지도부 책임론과 함께 윤석열 대통령의 독단적인 국정운영 문제까지 거론되며 갈등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오세훈 시장 '침묵'도 차별화
이번 보선 결과는 그동안 정부와 여당의 강경 드라이브에 대한 ‘민심의 경고’라는 평가가 우세합니다. 이에 당의 전면적 혁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여권 내 다른 잠룡들과 다르게 중도 확장성을 보여주는 오 시장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는 겁니다.
오 시장의 침묵도 차별화로 꼽힌다는 분석입니다. 같은 지방자치단체장이지만, 오 시장과 더불어 차기 대선 잠룡으로 꼽히는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은 서울 강서구 보궐선거에 정치적인 견해를 여러차례 드러낸 바 있습니다.
그러나 오 시장은 '침묵'으로 일관하며 대조적인 자세를 보였습니다. 서울의 구청장 선거에 의견을 드러낼 법도 하지만 정치적 견해를 보이지 않은 점도 윤석열정부와 차별성을 나타낸다는 관측이 정치권에서 우세합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교집합이 없는 오세훈 시장이 침묵을 대선 행보의 전략적 무기로 삼는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는 대목입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10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간담회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참가 선수단 격려 간담회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오 시장은 현 정부와 여당에도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며 “싸움꾼의 이미지가 있는 한동훈 장관이나 정치꾼인 홍준표 시장과 달리, 행정가로서 서울시정에 집중하는 모습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수도권 민심에 대한 접근성이 높고 중도층 표심까지 잡을 수 있어 향후 여권 내 위상이 더 높아질 수 있다”고 했습니다.
'약자와의 동행'도 주목 포인트
오 시장은 ‘약자와의 동행’을 서울시정의 핵심 가치로 내세우고 있는데, 이런 점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나 원희룡 국토부 장관과 차별화되면서 주목할 만하다는 평가입니다. 두 사람은 최근 야당의 사법 리스크,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 등의 국면에서 정부·여당 공격수로 정치 전면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보선 패배로 당 쇄신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에서 오 시장은 기존 중도보수 노선을 유지하고 있다”며 “아직까지 정치적으로 굵직한 행보를 보이지 못한 점은 있지만, 차기 대권 상황에서 윤 대통령의 비판 여론이 계속되면 유력 대권후보로 부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반윤 세력으로 유승민 전 대표를 꼽을 수도 있지만, 당내 기반이 약하고 내년 공천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아무런 직위 없이 대선주자로 활약하긴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시의 굵직한 정책들이 발표될 때마나 오 시장의 대권 행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최근 서울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전용 교통카드인 기후동행카드를 선보였을 때에도 오 시장의 대권 행보라는 평가는 나왔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