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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 ‘그 정도’ 문제가 아닙니다
입력 : 2023-10-17 오전 6:00:00
“이균용 후보자 청문회 통과될 거라고 보시나요?”
“글쎄요.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재산신고 누락 문제도 작은 문제로 안 보이고, 자녀 증여세 의혹이나 자질 문제도 걸림돌이 될 것 같고요.”
“전 크게 문제는 없어 보이던데. 지금까지 후보자들에게 그 정도 논란은 늘 있었잖아요.”
“아, 그 정도….” 
 
지난달 말 한 법조계 관계자와 나눈 대화입니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앞둔 시기였고, 그는 제게 청문회 결과 예측을 물었습니다. 제 생각을 답하던 중 저는 말문이 막혔습니다. ‘그 정도’라는 표현 때문입니다.
 
이런 내용의 대화는 이달 초 다른 법조계 관계자와도 반복됐습니다. 그 역시 ‘그 정도 문제는 누구에게나 있지 않느냐’고 하더군요. 이날도 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이 정도로 공직자에 대해 관대할 수 있다는 게 놀라웠습니다. 
 
공직자의 청렴성은 강조하고 또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습니다. 특히 고위공직자의 부패와 불공정은 개인을 넘어 사회 전체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합니다. 직무의 전문성과 조직을 이끌 리더십도 중요하지만, 기본 소양은 청렴성과 윤리 의식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대법원장 후보자만이 아니라 최근 장관 후보자로 추천된 인물들을 보면 윤석열정부의 인사 검증 기준은 무엇인지 의문이 듭니다. 심지어 현 정부에서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의 1차 책임을 맡고 있는 법무부 수장의 관련 발언은 귀를 의심케 합니다.
 
한동훈 법무장관은 11일 법무부 국감에서 야당 의원들로부터 부실한 인사 검증에 대한 집중 지적을 받자 “어느 정도 성공한 사람들을 주요 보직으로 쓸 때는 대개 비슷한 문제가 나오게 돼 있다”며 “과거에도 그래 왔다”고 반박했습니다. 
 
한 장관 발언의 방점은 ‘과거에도 그래 왔다’일 겁니다. 민주당이 정권을 잡은 시기에도 그 정도 흠결은 있지 않았냐며 반격하는 의도겠지요. 틀린 말은 아닙니다만 전 정부의 ‘불공정’을 비판하며 ‘공정과 상식’을 내세운 윤석열정부의 국무위원이 할 말인지 의문입니다.
 
국민이 원하는 공직자에 대해 한국행정연구원 사회조사센터가 조사한 적이 있습니다. 지난 2020년 발표된 ‘행정에 관한 인식조사’(2019년 조사)인데요. 공무원 1017명과 국민 일반 성인 1500명을 대상으로 ‘공직자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자질을 갖추어야 하느냐’고 물었습니다.
 
공무원들은 공직자가 갖추어야 할 중요한 자질로 ‘전문성’(51.7%)을 최우선으로 답했습니다. 이어 책임성(37.5%)과 청렴성(27.5%) 순이었습니다. 하지만 국민들은 ‘청렴성’(41.7%)을 가장 많이 꼽았고, 다음으로 책임성(35.8%)과 전문성(30.8%)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처음부터 완벽한 인물을 찾는다면 좋겠지만 그런 인물이 없다면 부적합 인물을 걸러내어 차선을 찾아내는 게 인사 검증 시스템입니다. 그런 점에서 청렴치 못한 고위공직자를 걸러내지 못하는 일이 반복하는 건 ‘그 정도’ 문제가 아닙니다. 국민이 원하는 공직자의 ‘기준’을 다시 한번 보길 바랍니다. 
 
유연석 사회부 법조팀장
유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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