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중국이 올해 친환경 선박 분야의 수주량이 크게 증가하면서 세계 1위에 위치한 한국 조선사들을 맹추격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미래 먹거리인 친환경 선박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타국 간 경쟁이 치열하다는 의미입니다. 우리 조선업계가 중국 조선사들과 격차를 크게 벌리기 위해선 먼저 외수 중심으로 각 사가 설정한 수주목표를 달성하는 경영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16일 영국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의 LNG추진 컨테이너선 수주 잔고는 중국이 59척, 한국이 39척, 일본이 2척 순으로 중국이 한국을 앞선 상황입니다. 이 기간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수주 잔고는 한국이 59척, 중국 조선소들이 35척, 일본이 8척으로 나타났습니다. 동기간 LNG운반선 수주량도 한국이 32척, 중국이 13척으로 한국이 선두를 지키고 있는 모습입니다.
다만, 중국이 현재 친환경 선박 관련 기술력 강화에 속도를 내며 한국을 바짝 따라가고 있습니다. 지난 2021년 7.8%였던 중국의 LNG 운반선 수주 점유율도 지난해 29.7%까지 대폭 확대된 바 있습니다. 중국을 만만한 상대로만 여길 수 없다는 설명입니다.
변용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022~2023년 대량 수주한 LNG운반선이 본격적으로 인도될 2025~2026년부터는 중국의 경쟁력이 숨김없이 드러날 것"이라며 "초기 시행착오를 거친 뒤 2027~2028년이 되면 조금씩 중국의 건조 능력은 궤도에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올해 남은 기간 카타르 LNG운반선 프로젝트 2차 수주물량인 40여척에서 일부를 중국 조선업체들이 가져갈 전망입니다. 현재 카타르에너지는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 등 국내 조선업계와 함께 후동중화조선과 같은 중국 조선사와도 LNG운반선 2차 발주를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해 지난 2022년 인도한 174K LNG운반선의 시운전 모습. (사진=HD한국조선해양)
국내 조선사, 외수 높은 상선 위주로 경쟁해야
이에 우리 조선사들이 상선 사업부문을 위주로 선박을 수주해 목표액 달성에 집중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됩니다. 국내 '조선 빅3' 중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상선 사업 외 특수선 사업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양사의 지난해 총 매출에서 특수선 관련 매출비중은 10% 수준의 소규모이며, 상선 부문은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보통 상선은 외수, 특수선은 내수에 따라 발주가 이뤄집니다.
각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총 매출에서 HD현대중공업의 상선 부문 매출 비중은 64%, 특수선 부문은 7%로 나타났습니다. 한화오션은 상선 84%, 특수선 14.5% 수준입니다. 하지만 올해 5월 대우조선해양이 한화그룹으로 편입된 뒤 양사는 시장 규모가 거대한 상선 수주보다 특수선 점유율 쟁탈 경쟁에만 열을 올렸습니다.
특히 한국판 록히드마틴 구축을 구상하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의 비전처럼 한화오션은 방위사업청으로부터 HD현대중공업과 울산급 배치3(Batch-Ⅲ) 5·6번함 건조사업 입찰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성과를 냈습니다. 그러나 정작 상선 건조계약을 맺은 건 지난 7월 LNG운반선 1척에 불과합니다. 아울러 한화오션은 조선사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수주 목표액 달성률 성적이 21%로 가장 저조합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이미 수주목표를 달성했으며, 삼성중공업도 69%를 채운 상황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조선업은 수출 비중이 90%가 넘는 산업"이라며 "한국 조선업 전반을 놓고 보면 내수 중심인 특수선 시장에서만 서로 경쟁이 과열되기보다 외수가 많은 상선 부문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둬 모두가 득을 볼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조선사의 연간 수주목표는 매출과 이익목표 달성을 포함해 그 해의 예상 발주량과 도크의 효율적 운용 등 복합적으로 분석해 나오는 1년 간 최우선 경영계획입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선박 수주는 매출과 영업이익 달성에 있어 가장 기본이라 중요하다"며 "수주 목표 달성률이 저조하다는 건 단기적으로 수주에 따른 선수금 입금이 안돼 회사 자금수지 측면에서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습니다.
삼성중공업의 LNG운반선 모습. (사진=삼성중공업)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