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친구와 레이싱 게임을 했습니다. 게임의 '게'자도 모르다보니 한때 게임 중독 수준까지 갔다는 친구를 도저히 이길 수가 없었는데요. 수준급 실력을 갖춘 경쟁자를 상대로 감히 역전을 노려볼 만한 순간은 곡선 주로였습니다. 빈틈이 보이는 순간을 파고드는 거죠. 생각해보면 쇼트트랙 스케이팅 경주에서도 1등과 2등이 선두 바꿈을 할 때는 거의 곡선 주로였습니다.
기업도 마찬가지일겁니다. 경제가 호황일 때 시장 판도를 바꾸기란 쉽지 않겠죠. 불황기에 스타가 탄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겁니다. 그래서 기업은 마냥 선두를 쫓아가는 '모방형 전략'만으로는 곤란합니다. 1위의 빈틈을 노리고 공격해야만 합니다.
최근 조선업계는 HD한국조선해양이 크게 앞서나가는 가운데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을 중심으로 경쟁사들이 추격하는 대결구도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조선 빅3라고 하지만 1,2,3등의 순위 다툼도 치열해 보입니다. LNG 운반선 등 친환경 선박 수요 증가세가 뚜렷한 만큼 친환경 기술 확보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데요. 조선사들이 기술 개발에 사활을 걸고 나서 치열한 경쟁은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특히 업계 1위를 겨냥한 2위의 공격은 이미 시작된 것 같은데요. 1차전에서 두 회사가 맞붙은 영역은 방위산업 분야였습니다. 7조8000억원의 구축함 사업을 앞두고 소송도 불사한 끝에 2위의 공격이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2등이 공격적으로 치고 나오자 홍보 담당자들의 신경전도 날카로워지고 있는 것 같은데요. 한화는 기자간담회 등 행사에서 말끝마다 "현대보다"를 강조한다고 합니다. 한화 측이 행사를 한번 치르고 난 다음날이면 현대 측 홍보가 수습하기 바빴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1위 업체에서 "체급이 다른데 왜 자꾸 2위랑 비교돼야 하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더 재미있는 점은 막상 경쟁사로 업계 3위인 삼성중공업이 거론될 때 현대 측이 "삼성중공업은 경쟁사가 아니고 동종사"라며 "경쟁사는 한화"라고 선을 그었다는 우스갯소리도 들리는데요.
곡선 주로를 노리는 2위 업체와 빈틈을 허용하지 않으려는 1위 업체. 2위 업체는 과연 선두 바꿈을 할 수 있을까요.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사진=픽사베이)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