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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락 된 YTN 인수전, 어두운 '사영화' 그림자
입력 : 2023-10-24 오전 9:29:01
'공기관의 자산 효율화'를 명분으로 진행된 보도전문채널 YTN의 공적 지분 매각 작업이 23일 일단락됐습니다. 최종 낙찰가액을 써낸 입찰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입찰 전쟁에서 '유진그룹'이 한세실업과 글로벌피스재단을 제치고 YTN 새 주인 후보 자격을 거머쥐었는데요. 입찰가액은 3199억에 달합니다.
 
YTN 사옥 (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 최초의 준공영방송 매각이라는 이번 상황에 대해 취재를 이어오면서 전문가들로부터 전해 들은 상당히 의미 있는 지적이 떠오르는데요. 이번 매각 작업이 '민영화(民營化)'가 아닌 '사영화(私營化)'라는 겁니다.
 
혹자는 '민영화나 사영화나 같은 말 아니냐'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혀 다른 뜻입니다. YTN의 지분 매각은 공공성과 공영성 등 준공영방송으로 공적 역할을 수행해 온 사회적 자원을 민간 혹은 시민들에게 돌려주는 것이 아닌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개인과 기업에 넘기는 절차이기 때문입니다.
 
YTN과 언론노조 YTN 지부 등 방송 업계 안팎에서도 이 같은 점을 지적하고 있는데요. 더구나 이런 공적 자원을 밀도 있는 사회적 논의도 진행하지 않은 채 단순 '공기관 자산 효율화'를 명분으로 특정 사기업에 넘기는 것 또한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잇따릅니다.
 
더구나 이런 흐름은 현 정부 들어 내세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우는 작업'과 크게 무관하지 않아 보입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특정 정치세력에 유리한 여론 환경을 조성하려 한다는 등의 정치적 배경을 둘러싼 의혹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최종 낙찰자가 된 유진그룹에 대한 우려도 상존합니다. 공격적인 M&A로 사세를 불렸다는 지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우려하듯 YTN 측은 "보도전문채널은 일반 기업처럼 비용 절감과 수익 극대화를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거나, 적당한 가격에 인수한 뒤 비싸게 팔아 수익을 남길 수 있는 성격의 회사가 아니다"라고 강조합니다.
 
유진그룹이 최종 낙찰자가 된 부분은 차치하더라도 YTN 매각 과정에서 불거진 여러 의혹들도 해소될 필요가 있습니다. 가뜩이나 우려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해소되지 않은 의혹은 종국에 치유되지 않은 상처로 곪아 터져 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공은 방통위로 넘어갔습니다. 방통위가 천명한 원칙에 걸맞게 공정성과 공익성 등 확고한 기준에 의해 심사가 되길 기대합니다. 더불어 YTN 직원들에게 또다시 매섭고 엄혹한 겨울이 찾아오지 않길 동종업계 종사자로서 기도해 봅니다.
 
배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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