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크게 작게 작게 메일
페이스북 트윗터
나는 괜찮을 것이라는 착각
입력 : 2023-10-25 오후 5:49:10
일기예보에서 말하는 완연한 가을 날씨를 즐기기 좋았던 어느 주말, 가을축제를 찾았습니다. 가을 운동회며, 가을 음식 만들기 등 아이들 체험을 찾아다니며 즐겼죠. 오후에 예정된 공연을 보기 전까지 가을 바람을 맞으며 뛰어다녔습니다. 미리 예매해 둔 공연을 보러 이동했습니다. 의자에 옹기종기 붙어 앉아 있는데 의자 밖으로도 공연시간이 되자 사람들이 모여들었습니다. 미리 예매한 자는 앉아서 볼 수 있었지만, 현장 예매도 없었기에 지나가다 공연을 보기 위해 멈춘 사람들은 길바닥에 앉기도 하고 까치발을 들며 공연을 봤습니다. 
 
공연은 무료였습니다. 다만 선착순으로 좌석을 배정했습니다. 누구에게든 기회는 열려있었지만, 정보를 알고 있어야 했고, 손도 빨라야 했습니다. 손자와 같이 온 할머니가 바닥에 앉아 아이를 달래며 보는 모습을 보니, 의자가 가시방석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사진=뉴시스)
 
인터넷 예매 선착순은 종종 있습니다. 명절 KTX 기차표도 오픈 시간을 기점으로 선착순으로 표가 빠집니다. 선착순이 힘든 사람들은 현장에 긴 줄을 서며 표를 발권하죠. 그런데 왜 뉴스에서 보이는 현장줄에는 어르신들이 쭉 늘어서 있는 걸까요. 반대로 스마트폰에 익숙한, 기기에 익숙한 젊은 사람들이 현장에서 대기를 하는 모습을 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아직까지는 괜찮다고 자부합니다. 정신 차려 시간을 알람을 설정해놓고, 손동작을 재빠르게 움직인다면 가능하리라는 착각이죠. 하지만 생각보다 디지털 시대의 변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금의 어르신들이 선착순에서 밀렸듯 저도 언젠가는 신문물에 빠른 젊은 친구들에 치이는 일이 발생할 겁니다. 기술의 진화로, 새로운 기술의 도입으로 생활은 편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이 기술로부터 보호돼야 할 사람들은 기술로부터 소외되는 일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미래의 나는 괜찮을까요. 언젠가는 우리 모두에게 발생할 수 있다는 생각에, 선착순을 가장한 균등한 기회와 선착순에 들어서 느낀 안도감이 씁쓸하게 다가옵니다.  
 
이지은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