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지난 10월 제28회 부산 국제영화제 당시 부산 해운대구에서 열린 '영화롭고 드라마틱한 CJ의 밤'에서 구창근 CJ ENM 대표는 "우리가 영화 투자를 그만둔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습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관객이 급격히 줄어든 데다가 최근 CJ ENM이 내놓은 영화의 흥행 부진이 이어지면서 CJ ENM이 영화 관련 투자를 줄인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이에 대해 구 대표가 진화에 나섰던 겁니다.
하지만 구 대표의 큰소리와 달리 급격한 경영 악화를 겪고 있는 CJ ENM은 적자 탈출이 간절한 상황입니다. CJ ENM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9490억원, 영업손실 503억원을 올렸습니다. 2분기에도 매출 1조489억원, 영업손실 304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올 상반기 누적 당기순손실만 2197억원입니다.
손익분기점 넘긴 영화 없어
CJ ENM의 적자는 여러 사업 중에서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자회사 티빙 등이 포함된 미디어 플랫폼과 영화·드라마 부문 사업이 악화되면서 심화됐습니다. 2분기 미디어 플랫폼 부문은 매출 3428억원, 영업손실 299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영화·드라마 부문은 같은 기간 매출 2296억원, 영업손실 311억원입니다.
CJ ENM의 올해 기대작으로 꼽혔던 김용화 감독의 '더 문'은 제작비 280억원, 손익분기점 600만명이었으나 누적 관객수 51만명에 불과했습니다. 또 다른 기대작인 이해영 감독의 영화 '유령'은 제작비 137억원, 손익분기점 355만명이었으나 누적 관객수는 66만명이었습니다. 추석 시즌을 노린 강동원 주연의 영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은 누적 관객수 191만명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제작비 113억원, 손익분기점 240만명이라는 점에서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역시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습니다.
영화 '탈출'은 총 제작비 200억원 수준으로 CJ ENM이 순 제작비로 180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탈출'의 투자, 배급, 제작 모두 CJ ENM이 맡았습니다. '탈출'은 지난 5월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공식 초청돼 주목받았습니다. 개봉 전 상영 계약이 논의된 국가만 140개국에 달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또한 해외 유명 배급사들의 관심도 한 몸에 받았습니다. 처음 상영된 후 약 4분간 기립 박수가 이어진 작품이라는 점에서 위기의 CJ ENM의 마지막 카드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손익분기점이 400만명 수준으로 그동안의 평가를 고려할 때 이를 가볍게 넘길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주연을 맡은 이선균의 마약 투약 의혹으로 사실상 '탈출'의 공개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CJ ENM이 내놓은 영화 중 어떤 영화도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다. 조심스럽긴 하지만 '탈출' 카드마저 불가능해져서 영업 손실이 5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영화 '탈출' 개봉 불투명
더욱이 CJ ENM은 지난 6월 창립 이래 단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한 자회사 티빙과 단기 차입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운영 자금 마련을 목적으로 600억원을 빌렸으며, 상환 날짜가 오는 12월29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올해 CJ ENM의 수익 기대 요소가 사실상 제로인 상황에서 600억원까지 연말에 갚아야 하는 CJ ENM 입장에서는 내년 수익 창출 역할을 할 영화 '탈출'의 개봉이 불투명해진 것입니다. 더불어 차입금 상환 뒤 현금 유동성 저하로 인해 투자 동력마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 속에 CJ ENM의 2023년 3분기 실적 발표는 오는 11월8일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CJ ENM 입장에서는 마이너스 핵폭탄이 예고된 상황입니다.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서 CJ ENM은 자회사 빌리프랩을 하이브에 넘기기도 했습니다.
그나마 CJ ENM 사업 중 음악, 커머스 부문이 호실적을 내왔습니다. CJ ENM은 2분기 음악에서 매출액 1308억원, 영업이익 120억원을 냈습니다. 더구나 상반기 일본에서 개최한 'KCON JAPAN 2023'이 12만3천명의 관객을 동원하면서 전체 실적을 이끌었습니다. CJ ENM이 영화·드라마 부문 사업의 적자를 음악 부문으로 만회했을지 3분기 실적 발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구창근 CJ ENM 대표. 사진=뉴시스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