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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 영업사원의 방문판매
입력 : 2023-11-01 오전 11:10:39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26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공군 1호기에서 내리며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호 영업사원'을 자임한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약 1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93개국과 142회의 정상회담을 진행했다고 합니다. 유엔총회와 나토, G20, 아세안 참석은 윤 대통령이 자신한 외교 일정이며, 미국·일본·베트남·폴란드·사우디·아랍에미리트(UAE)·카타르 등을 방문해 양자 정상회담을 가진 것은 성과입니다.
 
이번 중동 3국과의 양자 정상회담에서도 윤 대통령은 양국 기업들 사이에서 792억 달러, 우리 돈 약 107조원의 수출과 수주를 이뤄냈다고 강조했습니다.
 
대통령이 1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142회의 정상회담을 진행하려면 단순 계산으로 해도 약 4일에 한 번씩 정상회담을 해야 합니다. 그야말로 1호 영업사원의 '광폭 외교'입니다. 
 
그런데 31일 진행한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에서 박찬대 민주당 의원이 "윤통 취임 1년 반 93개국과 142회 정상회담을 했다는데 정상입니까 비정상입니까?"라는 글을 작성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담겼습니다. 
 
야당이 대통령의 외교성과를 폄훼하기 위해 작성한 글일까요. 이러한 글을 작성한 건 합당한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경제 외교를 위해 1호 영업사원을 자처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 나라의 대통령이 영업사원으로 나섰을 때는 그 국격에 맞는 결과물을 얻어야 합니다. 대통령이 단순하게 여러 국가 돌아다니며 방문 판매하는 수준에 그치면 안 된다는 말입니다.
 
대통령은 축구로 비유했을 때 감독의 위치에 있습니다. 선수, 즉 실무자가 아닙니다. 
 
중국과 미국의 외교를 한번 보겠습니다. 중국과 미국은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습니다. 중국은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왕이 외교부장을 미국으로 보내 의제 조율에 나섰습니다. 이외에도 각급의 실무진이 각자의 위치에서 의제를 조율합니다. 
 
우리도 한중 정상회담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박진 외교장관은 윤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를 계기로 자연스럽게 만날 거라고 이야기합니다. 정상회담이 142회에서 143회로 늘어나게 되겠죠. 
 
선언적 의미만을 가진 정상회담 결과물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실무진 간 조율을 우선으로 삼아, 국익에 도움이 될 결과물을 만들어 내야 하는 겁니다.
 
윤 대통령의 중동 순방을 계기로 HD 현대중공업이 카타르에너지와 5조원 규모의 LNG 운반선 17척 건조계약을 체결했다는 대통령실의 브리핑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서영교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9월에 이미 KBS 울산지역 방송이 "HD현대중공업이 17척, 5조원대의 대규모 수주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성과 가로채기라는 겁니다.
 
대통령실은 정부의 협상 지원이 실제로 있었다고 강조합니다. 하지만 실무진 차원에서 이러한 지원은 경제 발전을 위한 국가의 역할입니다. 또 실무진이 나서서 해결해야하는 문제이기도 하죠. 대통령의 외교 성과 보태기, 정상회담 숫자 늘리기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외교 성과 포장에만 나서는 방문 판매가 아니라 실무진 조율을 거치는 진정한 정상회담이 필요한 때 입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한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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