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티빙, 웨이브, 왓챠 등의 서비스가 '쩐의 전쟁'으로 번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글로벌 유통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이상원 경희대 교수는 2일 방송 미디어 콘텐츠 글로벌 유통 활성화를 위한 정책과제 세미나에서 국내 미디어 시장의 위기 요인으로 유료방송 가입자 증가 둔화, 콘텐츠 제작비 상승, 콘텐츠 투자여력 감소 등을 꼽았습니다. 글로벌 경제 리스크가 지속되고 있는 점도 부정적 요인으로 내다봤습니다. 그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장기화 될 경우 노동시장에서 노동비용 상승을 초래하고, 이는 콘텐츠 생산 시장에 제작비용 증가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며 "유료방송은 물론 국내 OTT 플랫폼 사업자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위기요인은 국내 OTT 사업자 경쟁력을 더 깎아낼 우려가 있습니다. 규모의 경제가 발생하는 경우 생산을 증가시켜 장기평균비용 하락 효과를 노리곤 하는데, 현재 국내 사업자들은 190개국 이상의 해외 시장에 진출한 넷플릭스 대비 경쟁 열위에 놓여있기 때문입니다.
이 교수는 OTT 플랫폼 가입자 기준 콘텐츠 투자 비용을 단순 비교해 봐도 국내 사업자가 선순환 체계를 이루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합니다. 올 3분기 기준 넷플릭스의 전세계 가입자는 2억4715만명을 기록했습니다. 콘텐츠를 100억원 투자한다고 가정했을 때 가입자 1인당 콘텐츠 비용은 40.49원 수준입니다. 반면 티빙, 웨이브, 쿠팡플레이 등 3개 사업자의 8월 월간활성이용자수(MAU) 514만명을 기준으로 콘텐츠 100억원 투자를 가정할 경우 1인당 1945.52원이 필요합니다. 이 교수는 "콘텐츠 100억원 투자를 가정해 볼 때 국내 사업자가 넷플릭스의 약 48.05배의 콘텐츠 비용이 발생한다"며 "콘텐츠를 투자하고, 가입자를 늘리는 선순환 체계로 이어지기 어려운 모습"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국내 OTT사들 소개. (사진=뉴스토마토)
국내 OTT들이 위기 타파를 위해서는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콘텐츠 유통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이 교수는 "콘텐츠의 글로벌 유통 촉진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도록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정책 금융 등 기존 공공부문 펀드 확충, 전략적 펀드 결성 등이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콘텐츠의 지속적 공급망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광고기반 무료 콘텐츠 스트리밍 TV 서비스인 FAST채널과 협업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제언했습니다.
이와 별개로 탈 넷플릭스 전략 또한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지성욱 한국외대 교수는 "콘텐츠 투자를 기반으로 지식재산권(IP) 확보를 위한 협상력 강화와 한류문화 확산에 노력해야 한다"며 "넷플릭스를 우회한 국내 콘텐츠 유통, 복수의 글로벌 OTT에 콘텐츠 동시 공개 등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상원 교수도 "글로벌 미디어 플랫폼에 대한 과대한 의존은 글로벌 플랫폼으로 국내 미디어산업이 종속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이는 건전한 자국 문화의 적절한 유지와 보존에도 장기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