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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10일 09:29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이성은 기자] 금융당국이 커버드본드 발행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으나 은행권은 난감한 반응이다. 4대 시중은행에서만 올해 50조원이 넘는 은행채가 발행됐으며, 지난해부터 이어진 은행 예수금 확대로 이미 충분한 수준의 자금을 조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은행권과 우대 방안 등을 제시하겠다는 금융당국의 입장이 갈리고 있다.
은행연합회. (사진=이성은 기자)
금융당국 우대 방안 제시에도 '굳이'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최근 커버드본드 발행 독려에 나섰다. 장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을 늘리려는 목적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8일 가계부채 현황 점검회의를 열고 커버드본드 발행 확대를 위한 예대율 규제 완화 및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주신보)출연요율 우대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커버드본드는 이중상환청구권부채권이라고도 하는데, 금융기관이 주택담보대출 등 우량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채권이다. 커버드본드 투자자는 채권에 대한 권리를 이중으로 보장받을 수 있다. 채권을 발행한 기관에 대한 상환청구권을 가지고 있으며, 담보자산에 대해서도 우선적으로 변제받을 수 있다.
은행이 커버드본드를 가장 활발하게 발행한 기간은 지난 2019년부터 2020년까지다. 지난 2019년 6월 국민은행이 5000억원의 원화 커버드본드를 일반은행으로서는 처음 발행해 스타트를 끊은 이후 타행도 커버드본드 발행을 이어갔다. 2023년 11월 기준 원화와 외화 합산 △국민은행이 6조1595억원 △하나은행이 1조5507억원 △우리은행이 8000억원 △신한은행이 5000억원의 커버드본드를 발행했으나, 우리은행이 지난 2020년 3000억원 규모로 발행한 커버드본드를 마지막으로 원화 커버드본드는 지금까지 발행되고 있지 않다.
2019년과 2020년 커버드본드 발행이 몰린 이유에는 제도 변화의 원인이 컸다. 원화대출금 산정 시 가계대출은 15% 가산, 기업대출은 15%를 차감하는 방식인 신예대율 규제 도입을 앞두고 있었던 은행권은 예금을 증가시킬 방안을 찾았다. 그러나 지난 2019년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11월 기준 1.25%에서 지난 2020년에는 0.75%에서 0.5%까지 하락했다. 당시 기준 금리가 낮은 탓에 은행이 제공하는 예금 금리도 높지 않아 수신 성장도 더뎠다. 이에 은행권은 예금을 늘리는 한편 커버드본드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러나 2020년 이후 원화 커버드본드를 발행할 이유를 찾지 못한 은행권은 올해로 3년째 원화 커버드본드를 발행하지 않았다. 외화도 하나은행이 지난 5월 6억유로(약 8844억원), 국민은행이 10월 5억유로(약 7112억원)규모로 발행한 것을 제외하면 4대 시중은행에서 발행한 커버드본드는 없었다.
4대 은행서만 50조 발행…자금 조달 원활
금융당국이 독려를 이어가고 있지만 은행권은 커버드본드 발행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상황이다. 은행채와 예수금으로도 충분히 자금 조달을 이어갈 수 있는 데다가 커버드본드의 이점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은행의 높은 신용도에 투심이 몰릴 것을 우려해 지난해 9월부터 사실상 은행채 발행을 제한해 왔다. 이후 순차적으로 은행채 규제를 풀었으며, 지난 7월부터는 분기 기준 만기 도래분의 125%를 발행할 수 있게 한도를 늘렸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9일까지 발행된 은행채는 189조7700억원으로, 이 중 4대 시중은행에서 발행한 은행채만 해도 50조원을 넘어선다. 각 사가 금융감독원에 제공한 증권발행실적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11월9일까지 △신한은행이 14조9300억원 △KB국민은행이 14조3450억원 △우리은행이 9조3400억원 △하나은행이 11조7500억원의 은행채를 발행했다. 올해 은행채 발행 규모는 당국의 규제가 있었음에도 지난 2020년 한 해동안 발행된 173조7000억원을 넘어섰다.
원화예금도 증가했다. 10일 한국은행 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예금은행 원화예금 총액은 1515조5195억원에서 지난해 말 1958조136억원으로 증가했다. 올해 2분기 총예금도 1959조8110억원까지 늘었다. 지난 2019년과 비교하면 442조4941억원, 29.2% 덩치가 커졌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현재 은행채 발행과 예수금이 충분한 상태에서 굳이 커버드본드를 발행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라면서 "당국의 독려에 은행 내부에서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알지만 아직 발행 계획은 없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도 "4대 시중은행의 경우 최고 수준의 신용등급으로 채권을 발행하고 있는 것도 커버드본드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라면서 "국내에서는 금리적인 이점이 없어 발행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지만, 외국의 경우 무담보로 채권을 발행하는 것보다 커버드본드로 발행할 경우 금리를 싸게 외화를 조달할 수 있기 때문에 국내보다는 외국에서 활발하게 이뤄진다고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