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11월 16일 15:32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러·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최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발발하면서 식품업계 원가 부담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팔 전쟁이 중동전쟁으로 확전 될 경우 국제유가는 물론 국제 곡물가 등에도 직간접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 가운데 소비심리마저 위축되면서 식품업계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프리미엄 전략 등을 통해 고부가 가치 창출에 나서거나 제품 출시 때 가격 인상분을 반영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수익성을 방어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가격 저항성을 높이면서 소비자의 빈축을 사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IB토마토>는 식품업계의 원가 부담과 함께 위기 타개를 위한 전략을 살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박예진 기자] 잇따른 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주요 식품기업들이 원재료 부담을 제품가에 반영하면서 소비자들의 지갑이 굳게 닫히고 있다. 높은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심화될 경우 연쇄적인 경제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정부에서도 기업들에 물가 안정을 요구하고 나섰지만, 중량을 줄이고 가격은 그대로 두는 슈링크플레이션이나 신제품 가격에 물가 인상분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수익성을 방어하고 있다. 이를 두고 소비자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시대에 기업의 책임을 져버린 '도덕적 해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물가 안정 요청받은 식품사 절반 이상 영업이익률 상승
15일 <IB토마토>가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물가안정 협력 요청을 받은 주요 식품기업 16개사 가운데 식품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3분기 사업보고서가 공시된 14개사를 선별해 전수조사를 한 결과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률이 전년 동기 대비 상승한 기업은 10여 곳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빙그레(005180)의 3분기 누적 기준 영업이익률은 11.14%를 기록해 전년 동기(4.79%)보다 6.35%포인트 급증했다. 이는 10개 기업 중 상승폭이 가장 큰 것으로 특히 지난 2018년 이후 역대 최대 수치다. 5개년 중 가장 높았던 2019년(5.21%) 대비로도 2배 이상 높다.
이는 매출원가와 판매관리비 비중을 감축하면서 수익성을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매출원가 비중은 올해 3분기 누적 67.55%로 지난해 동기 대비 4.65%포인트 줄었다. 판관비 비중 역시 같은 기간 23.01%에서 21.30%로 줄었다. 같은 유업계인 매일유업이 판관비 비중을 1.46%포인트 감축했음에도 불구하고 매출원가 비중이 0.96%포인트 늘어나면서 이익률을 겨우 0.5%포인트 확대한 것과는 대비된다.
빙그레는 실제 원유 가격 인상을 이유로 올해 2월과 10월 두 차례 제품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원유 가격은 올해 상반기 기준 kg당 1147원으로 지난해 동기(1078원) 대비 6.40% 올랐다. 지난해 말(1100원)대비로는 4.27% 증가했다.
다만, 빙그레의 경우 흰 우유를 판매하고 있는 경쟁사와 달리 특정 제품을 제외하고 국내산 원유를 사용하는 비중은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빙그레가 지나치게 가격을 인상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가격 인상 제품 중에는 메로나 등 국내산 원유가 사용되지 않는 제품도 다수 포함됐다.
업체 측은 국내산 원유가 사용되지 않는 제품의 경우에도 인건비나 물류비 등 종합적인 비용을 검토해서 가격 인상을 결정하게 됐다는 입장이다. 가격 인상을 통한 빙그레의 실적 성장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혜미 상상인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상승한 원유, 설탕 등 원재료 부담은 제품 가격에 전가되고 있다"라며 "내년에도 견조한 해외 매출성장률이 이어짐에 따라 연간 수출 비중이 10% 이상으로 확대될 전망이며 내수 역시 판가 인상과 판매량 회복으로 성장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삼양·농심·해태제과·오뚜기 등도 수익성 확대
빙그레에 이어
삼양식품(003230)·
농심(004370)·
해태제과식품(101530)·
오뚜기(007310) 등 다른 식품기업 역시 매출원가 비중이 감소하면서 영업이익을 챙겼다. 특히 삼양식품의 경우 3분기 누계기준 매출원가 비중을 6.16%포인트 감축하면서 이들 중 가장 많은 원가 절감을 이뤄냈다. 이어 농심이 같은 기간 3.34%포인트, 해태제과가 2.23%포인트, 오뚜기가 1.92%포인트 비중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이는 영업이익률에도 영향을 미쳤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3분기 누계 영업이익률 10.64% 대비 2.21%포인트 증가한 12.85%로 두자릿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3분기 누계 기준 영업이익도 1113억원으로 지난해 동기(712억원)대비 56.32% 증가했다. 매출액은 6690억원에서 8662억원으로 29.48% 늘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농심·삼양식품·오뚜기 등 라면업계 빅3 업체의 수익성이 상위권에 들었다는 점이다. 라면업계는 지난 7월 제품 출고가를 줄줄이 인하한 바 있다. 농심은 당시 신라면 한 봉지당 가격을 50원, 새우깡은 100원 하향 조정했다. 오뚜기 역시 진라면 외 제품가격을 평균 5% 인하했다. 삼양식품도 7월부터 순차적으로 삼양라면, 짜짜로니, 맛있는라면, 열무비빔면 등 12개 제품 가격을 평균 4.7% 내렸다.
그럼에도 라면업계 3사가 높은 영업이익률을 유지할 수 있었던 데에는 원자재 가격 인하와 최근 출시된 신제품의 높은 가격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식품업계는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신제품 가격에 이를 반영해 원가 상승으로 인한 타격을 상쇄하는 방식 등을 사용해왔다. 실제로 최근 라면 3사에서 출시한 신라면 더레드·마열라면·맵탱 등은 오리지널 제품에 매운맛 등을 추가해 900원대이던 라면 가격을 1300~1500원대선까지 끌어올렸다. 이에 대표적인 서민식품인 라면의 신제품 가격이 400원 이상 오른 것은 지나친 인상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이와 관련, 한 라면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 인터뷰에서 "신제품 개발 시 연구개발 비용 등이 반영된 가격"이라면서 "최근 출시되는 제품 가격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도록 책정했다"라고 설명했다.
원자재 가격도 재차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소비자의 가격 저항성을 높이는 원인 중 하나다. 올해 상반기 수입산 소맥 가격은 1t당 252달러로, 지난해 말(332달러)대비 24.10% 하락했다. 팜유 역시 같은기간 1254달러에서 914달러로 27.11% 줄었다. 3분기 들어서도 이 같은 하락세는 이어지고 있다. 3분기 말 기준 소맥 가격은 1t당 228달러, 팜유가격은 860달러로 내려 앉았다. 원자재 부담으로 인한 가격인상이었던 만큼 기존 제품은 물론 신제품 가격 인상폭도 낮아져야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 가운데 소비자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제품 중량을 줄이는 사례도 있었다. 풀무원은 지난 3월 핫도그 제품 가격은 그대로 둔 채 한 봉당 개수를 5개(500g)에서 4개(400g)로 줄였지만 최근에서야 이 같은 사실이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이미 지난해 9월부터 중량을 감축한 기업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외에도 농심(오징어집·양파링), 동원F&B(양반김·참치캔), 해태(고향만두) 등도 지난해와 올해 제품 함량을 줄였지만, 마찬가지로 소비자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전체 원가율은 낮아졌지만 제품 별로 원가부담이 다르다"라며 "최근 국제 밀 가격 등 원재료를 비롯한 전반적인 제반 부담이 심화되고 있어 어쩔 수 없이 가격을 인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식품업계 전반적으로 원가 비중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식품가격 인상을 두고 소비자들의 비판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슈링크플레이션은 단기적으로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도덕적 해이라고 볼 수 있다"라며 "이를 감시할 수 있는 행동력 높은 소비자들이 나타나줘야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