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부터 퇴근하고 나면 반드시 하는 일이 있습니다. 바로 E동물원의 '아기스타'인 쌍둥이 판다 영상을 보는 것입니다.
태어났을 때 한주먹만하던 아기 판다들은 어느새 제법 덩치가 커지고 자신의 의사표현을 할 줄 알게 됐습니다.
판다들은 아기가 태어나면 오롯이 엄마 판다가 혼자 키워낸다고 합니다.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아기 판다들 때문에 엄마 판다는 한층 지쳐보이는 모습입니다. 그 모습이 퍽 귀여우면서도 '독박육아'를 하는 게 안쓰러워 보이기도 했습니다.
사람의 경우는 다릅니다. 아이를 온전히 봐줄 사람이 있는 부부가 아닌 이상은 엄마와 아빠가 함께 아이를 키워야 합니다.
아이가 자라기 위해서는 엄마와 아빠 모두의 돌봄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이를 모르는 것 같습니다. 아이가 태어났다고 해서 자신의 커리어가 끊기는 일이 아직까지 버젓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일을 하지 않는 비취업여성 절반은 경력단절여성입니다. 통계청의 기혼여성 고용현황 수치는 이를 적나라하게 말해줍니다.
어린이집에 다녀오는 아이를 맡아줄 사람이 없어서 직장을 그만두는 여성의 이야기,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니 오히려 손길이 더 많이 간다며 휴직했다가 결국 퇴사한 여성의 이야기는 심심찮게 들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이러한 상황 때문에 아이를 낳지 않겠다며 '비출산'을 선언하는 2030 여성들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아이는 엄마 혼자 키우는 것이 아닙니다. 저출생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여성들에게 아이를 낳지 않는다고 다그치고, 아이를 기르는 직장인 여성에게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등에 대해 불이익을 주는데 어떤 여성이 엄마가 되고싶어할까요.
"나는 집에서 아이들에게 죄인, 시부모님께 죄인, 회사에선 동료들에게 죄인이야." 6년 전 한 선배가 아이 하원 때문에 조기퇴근을 하며 한 말이 아직도 잊히지 않습니다.
더이상 엄마들을 죄인으로 만들지 말고, 여성들에게 아이 안 낳는다고 호통치지 말고 이미 태어난 아이들부터 잘 기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사진은 무 수확 체험 중인 어린이.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