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발틱건화물운임지수(BDI)가 연일 급등하고 있습니다. 11월 상승률이 101%에 달합니다. 중국정부의 경기부양책 기대감과 파나마운하의 정체가 겹쳐 상승세가 가팔라졌습니다. 당분간 계속될 이슈이긴 하지만 근본적인 경기회복 호재에 따른 상승이 아니어서 급등하는 운임을 따라 투자하기엔 부담이 커 보입니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BDI는 3192포인트로 마감하며 3000선을 돌파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의 수혜를 누렸던 2021년엔 5200선을 넘보기도 했지만 그때를 제외한다면 2010년 6월 이후 지금이 가장 높은 영역입니다.
또한 자세히 보면 11월23일 5.70% 상승을 시작으로 불과 8영업일 사이에 1417포인트, 79%나 급등한 결과입니다. 이 기간 중 최고 13.32% 상승률을 기록하는 등 하루라도 5%를 밑돈 날이 없을 정도로 최근 들어 급등세를 연출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 같은 상승은 일부 해역에서의 물동량 증가와 파나마운하의 선박 운항 통제가 운임을 끌어올린 결과입니다.
태평양 해역에서는 서호주에서 중국으로 가는 철광석 물동량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동호주에서의 석탄 수출도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중국의 경기부양 효과에 따른 것으로 풀이됩니다. 유럽은 브라질에서 주로 수입하는데 대서양 항로를 이용합니다. 대서양 쪽도 역시 배가 부족해 운임은 좋은 편입니다.
BDI 등락에는 중국이 미치는 비중이 큽니다. 코로나 이후 중국의 경기 부진으로 물동량이 줄어 계속 고전 중이었는데 최근에 철광석, 석탄 수입이 증가하면서 운임도 회복한 것입니다.
철광석과 석탄을 쓰는 곳은 주로 철강생산과 발전소입니다. 발전은 난방수요로 겨울에 증가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철강산업은 아직 경기 부진의 그늘 아래 있지만, 최근 주요 항구에 쌓여 있던 철광석 재고가 감소하는 등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 효과는 확인되고 있습니다.
지난달 30일 공개된 중국의 11월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는 49.4로 전월 대비 하락했지만 오히려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이 커져 주가가 올랐습니다. 미국의 물가·고용 발표와 금리, 주가 사이의 관계와 흡사합니다.
또한 아메리카대륙을 가로지르는 파나마운하가 가뭄 때문에 운항 선박 수를 통제하면서 적체가 생긴 것도 운임 상승의 원인이 됐습니다. 비가 많이 온다고 해서 바로 풀릴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서 당분간 이런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BDI가 급등하면서 원자재를 수입해야 하는 기업들은 좌불안석이지만 해운업체와 상장지수펀드(ETF)는 분위기가 좋습니다.
미국 아멕스 시장에서 거래되는 BDI 추종 ETF ‘BDRY’는 BDI가 급등한 8영업일간 6.42달러에서 10.04달러로 56.38% 급등했습니다. 많이 올랐으나 지난 3월에 기록한 연중 고점(10.57달러)에는 미치지 못한 상태입니다. 코로나 호황을 누렸던 2021년 10월6일엔 41.5달러로 최고가 기록을 쓰기도 했습니다.
BDRY는 미국 인프라에 투자하는 PTP 종목이라서 국내 투자자들에겐 높은 세율이 매겨지는 것이 정상인데, 계속 연장하며 PTP 과세유예를 적용받고 있습니다. 지금은 내년 1월까지 유예기간이 연장된 상태입니다.
이밖에도 벌크선단을 보유한 해운사 스타벌크캐리어스(SBLK), 이글벌크쉬핑(EGLE), 국내에선 팬오션이 BDI만큼은 아니지만 주가 상승세를 타고 있습니다. BDI는 뛰고 있지만 근본적인 호재가 될 경기호전은 아니어서 주저하는 모습입니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운하 통행 문제로 인한 운임 상승은 지속될 수 있을지 불확실하고, 1분기 계절적 비수기를 앞두고 있어 수요를 낙관하기도 어렵다”면서도 “중국의 경기 반등 가능성은 단기 이슈가 아니므로 계속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