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 관련 대국민 담화를 위해 단상으로 올라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달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국가는 중국이었습니다. APEC이 열리기 전부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참석 여부에 이목이 집중됐고, 미중 정상회담 성사 여부에 대한 관심이 높았습니다.
지난해 11월 미중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이견'이 확인되고 긴장관계가 유지되던 상황에서 성사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만남은 '해빙 모드'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습니다. 결국 미중 간 이견은 재확인됐지만 군대국 소통을 회복하기로 합의하면서 글로벌 혼돈 시기에서 긴장 완화가 추구됐습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도 시진핑 주석을 만나 '전략적 호혜 관계' 추진 의사를 재확인하고 중일 관계를 위한 의사소통에 나서자는 합의를 이끌어 냈습니다.
문제는 한중 정상회담이 성사되느냐였습니다. 윤석열정부 들어 한미일 공조가 더욱 강화되는 상황에서 미국과 일본은 중국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는데, 윤석열 대통령은 공식 회담이 아닌 간단한 대화만을 나누며 '패싱' 당했습니다.
그런데 11월 16일(현지시간)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양국 일정이 빡빡한 관계로 떠나기 전까지 이뤄질지 장담은 못하지만 논의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이후 한국 언론에서는 대통령실의 발표대로 '한중 정상회담 가능성'을 제목으로 보도했습니다.
정작 APEC 당시 중국 외교부는 한국 담당 간부와 통역조차 대동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한중 정상회담이 성사될 리 없었던 겁니다.
이미 우리 외교부도 한중 정상회담이 성사되지 않을 것이라는 걸 분명히 알고 있었습니다. 당시 본지 기자와 만난 외교부 관계자는 '한중 정상회담 가능성은 없다'고 분명히 말했습니다. 중국과 정상회담 개최를 위해 준비된 것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과연 대통령실은 이 사실을 몰랐을까요? 아니면 준비된 것 없이 '요행'을 바랬던 걸까요.
부산 엑스포 유치전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7월부터 부산시가 엑스포 유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본 바 있습니다. 당시 관계자들은 '포기' 상태였습니다. 국회 엑스포 특위 내 여당 관계자들도 같은 답변을 내놨습니다.
이들은 부산 엑스포 유치전을 통해 '손해볼 것 없는 장사'를 원했습니다. 엑스포 유치전에 나서면서 가덕도 신공항·북항 개발·원도심 개발 등이 동반됐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이러한 분위기를 모르는 듯 엑스포 유치에 명운을 건 듯한 행보를 보였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아프리카에 영향력이 큰 중국을 외면한 결과일 수도 있겠지만, 이미 결과가 정해져있던 싸움에 무리하게 도전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 참모진이 과연 이같은 결과를 정말 몰랐는지 묻고 싶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