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기업의 오너 리스크 혹은 CEO 리스크란 말이 자주 등장하게 된 것이 그리 오래전부터는 아니다. 창업주가 회사를 경영하던 1세 경영 시대에 회장님의 건강 악화나 부도덕·범죄 연루로 인한 경영위기 우려가 없지는 않았지만, 회사의 명성이나 경영에 큰 타격을 줄 만큼은 아니었다. 본격적인 오너 리스크는 주로 2세, 3세 경영에서 나타났다. 주로 젊은 후계자의 무능이나 부도덕·범죄 이력 때문이었다.
어느 조직이나 오너 리스크가 조금씩 있을 수 있다. 꼭 오너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외부의 도전이 너무 거세면 오너십이든 리더십이든 흔들릴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리스크 관리에 있다. 잠재된 위험이 진짜 위기로 폭발하지 않도록 감시하면서 적시에, 적절히 관리해준다면 리스크가 위기로 폭발하지는 않을 것이다.
한 나라에는 ‘대통령 리스크’라는 게 있다. 대통령은 모든 국민의 재산·생명과 함께 국가의 미래·가치·품격까지 지켜나가야 하는 막중한 소명을 수행하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가 더없이 중요하다. 더욱이 대통령은 정치적 행위를 하는 자리라 반대자나 정적의 도전이 늘 거세다. 그래서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유능함과 도덕성에서 누구보다 앞서고 정치적 리더십도 남달라야 내외부의 리스크를 이겨낼 수 있다.
과거 우리나라에는 군인 출신의 독재자 대통령들의 ‘정통성 결여 리스크’나 ‘부정부패 리스크’가 너무 커 나라를 혼란과 위기에 빠뜨리고 국민을 힘들게 한 적이 있다. 무능한 대통령이 외부의 정치적·경제적 충격을 잘 관리하지 못하면 전쟁이나 경제위기를 겪게 된다. 20여년 전 우리나라는 이른바 IMF사태라는 경제위기를 겪은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에게도 여러 가지 리스크가 있다. 야당과 일부 언론으로부터 검사 시절의 비위 의혹은 물론이고 대통령으로서 경제·외교·민생 등에 무능하고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경제성장률이 계속 낮아지고 회복은 더디다든지, 이태원·오송 참사나 새만금 잼버리 실패와 엑스포 유치 참패 등은 무능·무책임의 사례다. 지지율이 취임 이후 지금까지 줄곧 역대 대통령 중 최저치에 머물고 있는 것은 그런 총체적 리스크가 반영된 결과다.
게다가 윤 대통령에게는 이른바 ‘부인 리스크’ ‘장모 리스크’도 있다. 윤 대통령의 장모는 고약한 문서조작 범죄로 구속돼 감옥살이를 하고 있다. 부인 김건희 씨도 주가조작 의혹, 고속도로 노선 변경 개입 의혹에다 최근에는 청탁금지법 위반과 인사청탁·국정 개입 의혹까지 받고 있다. 대통령 부인이 이렇게 중대하고 다양한 범죄연루 의혹을 받아 대통령 리스크를 키운 것은 대한민국 정부 출범 이래 처음이다.
그런데 대통령 리스크와 대통령 부인 리스크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바로 언론 리스크다. 언론은 입법·행정 권력의 리스크를 견제하고 감시함으로써 국가 공동체 전체가 혼란과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한다. 언론이 이런 역할을 충실히 하지 못하는 게 언론 리스크다. 그런데 요즘 우리 언론은 정권의 여러 리스크를 견제·감시하기는커녕 감추려고만 하고 있다. 대통령이 ‘가짜뉴스’ 타령에 언론인 압수수색 남발로 언론의 정상적인 역할을 방해하고 언론자유를 억누르고 있는데도 주류언론들은 이런 상태를 방관하거나 오히려 더 조장하고 있다.
요즘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 ‘서울의 봄’을 본 뒤 생각해 본다. 언론이 1980년 신군부의 12.12 군사반란과 권력찬탈을 제대로 감시하고 제 역할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언론이 1997년 무너지는 한국 경제를 제대로 감시했더라면 그 끔찍한 IMF사태가 우리에게 왔을까? 2023년 현재는 언론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는가?
김성재 전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