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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죽지세로 성장하던 쿠팡의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인해 이커머스 시장이 급격히 꺾이면서 코로나19 확산 당시인 2020년 94%를 웃돌던 매출 성장률은 지난해 20%대로 하락했다. 최근엔 네이버 뿐 아니라 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 등 가격경쟁력을 강점으로 보유한 중국의 3대 쇼핑몰까지 국내 공략을 본격화하면서 유통 시장이 급변하고 있다. 이에 쿠팡의 물류센터 구축 계획도 난항을 겪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흑자가 물류센터 구축을 미루면서 만들어진 계획된 흑자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에 <IB토마토>는 현재 쿠팡이 봉착한 역경과 향후 전망 등을 분석했다.(편집자주)
[IB토마토 박예진 기자] 쿠팡이 지난해 3분기부터 올해 3분기까지 5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면서 올해 첫 연간 흑자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흑자전환을 달성한 이후의 과제는 지속가능한 성장과 재무건전성 확보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난해 2분기까지 지속적인 적자를 유지해온 탓에 재무상태는 여전히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성이 꺾이면서 수익성 확대에도 제동이 걸렸다. 이 가운데 향후 물류센터 구축 등에 필요한 투자 비용 등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흑자전환에도 결손금 7조 돌파…재무건전성 '빨간불'
11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누계 기준 쿠팡의 영업이익은 한화 약 4694억원(3억4190만달러·9월27일 기준 환율 1373.10)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1.92%다. 달러 기준으로도 2.01%를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유통가 평균 영업이익률인 2%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지난해까지 이어진 영업적자로 인해 재무상태 개선이 절실한 상황이다.
앞서 쿠팡은 만성적자를 이어오면서 지난해까지 결손금 5조9825억원을 기록했다. 결손금이란 기업의 경영활동 결과 순자산이 오히려 감소하는 경우에 그 감소분을 누적 기록한 금액을 말한다.
흑자전환에도 불구하고 누적 6조원에 달하던 결손금은 올해 3분기 말 7조4356억원(54억1521만달러)로 증가했다. 당기순손익도 흑자를 달성하면서 달러 기준으로는 지난해 동기(57억4256만달러) 대비 결손금이 감소했다. 다만, 강달러 기조에 국내 원화 환산 시 결손금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부채비율 역시 올해 3분기 말 달러 기준 294.85%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말 부채비율은 294.09%로 부채비율은 되려 늘어난 상황이다. 통상적으로 기업의 부채비율은 200% 수준을 안정적이라고 평가한다. 이는 경쟁사의 연결기준 부채비율 대비 높은 수준이다. 9월 말 기준 롯데쇼핑은 182.15%,
이마트(139480) 150.45% 대비 최대 112%포인트 가량 차이를 보였다.
총자산 중에서 자기자산(자본총계)이 차지하는 비중인 자기자본비율은 3분기 기준 25.33%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일반 기업의 경우 50% 이상일 때 해당 기업이 건전하다고 평가한다. 쿠팡의 경우 그 절반의 수준에서 그친 셈이다. 유동비율 역시 114.20%에 불과했다. 유동비율은 기업이 보유한 지급능력을 평가하는 지표로, 200% 이상을 이상적이라 본다.
물류센터 투자 연기…"지자체와 문제" VS "계획적"
쿠팡의 재무부담이 이어지면서 일각에서는 쿠팡의 풀필먼트 투자 계획이 미뤄지는 것을 두고 자금사정 때문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지난 2021년 쿠팡은 전북(1000억원 규모)에 이어 경남(3000억원), 충북(4000억원), 부산(2200억원) 등 총 1조원 이상의 물류 인프라 신규 투자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신규 물류센터 전체 면적은 축구장 100개 규모에 이른다. 하지만 쿠팡의 물류센터 투자 계획은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해에는 전북 완주 물류센터의 경우 투자가 무산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쿠팡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완주 물류센터의 경우 지자체 사정으로 지연이 됐고, 이천 덕평 물류센터의 경우 안전점검을 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라며 "물류센터에 새로운 기술을 많이 도입하다 보니 중간에 계획했던 것들을 조정한 점 등의 영향이 컸다"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국내외 경제위기와 회사 내부 사정 등으로 인해 충북 제천산단 물류센터와 경북 김천물류센터 역시 착공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김천 물류센터는 내년 상반기부터 공사를 재개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김천시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그동안 자재 가격 등이 급격하게 올랐다"라며 "당초 예상했던 비용에 맞춰 설계를 재정비하고 차별화된 물류센터를 구축하려다 보니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쿠팡의 현금성자산 보유 규모가 큰 만큼 유동성의 문제는 아니라는 시각이 나온다. 실제로 쿠팡이 현금 및 현금성자산(48억5792만달러)이 한화 약 6조6704억원에 달하는 만큼 자금 부족보다는 흑자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물류센터 구축 등으로 감가상각비가 증가하게 되면 영업이익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쿠팡의 경우 물류센터 감가상각비가 사용권자산 감가상각비로 집계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까지 쿠팡의 사용권자산의 감가상각비 총계는 4312억원을 기록해 왔다. 이 중 부동산 자산만 4170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지난 2019년 1026억원에 불과하던 쿠팡의 감가상각비는 2020년 1953억원, 2021년 3278억원으로 지속 증가해 왔다. 쿠팡은 지난 2020년과 2021년 자동화 물류에 1조2500억원을 투자해 대구 풀필먼트 센터를 구축, 내년까지 광주와 대전에 추가 물류센터를 구축할 예정이다.
앞서 쿠팡은 2013년 설립 이후 10년간 물류센터를 비롯해 배송 서비스 확장과 서비스 개선 등에 6조2000억원을 투자해 왔다. 그 결과 현재 전국 30개 지역에 100개 이상의 물류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자본적지출(CAPEX) 부담도 지속돼 왔다. 2017년 439억원 규모였던 자본적지출은 2018년 924억원, 2019년 2493억원, 2020년 5792억원, 2021년 8611억원, 지난해 1조1730억원으로 증가했다.
다만 올 3분기 기준 투자활동현금흐름은 6억6371만달러로 지난해 동기(7억1845만달러)대비 7.62%줄었다. 한화로 변환하면 1조308억원 유출에서 9113억원 유출로 약 1000억원 가량 투자가 감소한 셈이다.
이와 관련, 한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그동안 쿠팡은 풀필먼트 등에 투자를 이어오면서 누적 적자가 6조원에 이르게 됐다. 때문에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흑자 모델을 보여주고 싶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 인위적으로 투자를 미뤄 계획적인 흑자를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