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학생들 눈이 반짝반짝해요. 호기심을 가지며 회사에 대해 묻고, 궁금해하는 학생들을 잊을 수 없습니다." (박경분 여경협 특별부회장·자코모 대표이사)
"선배 여성으로서 새내기 학생들에게 조금이나마 꿈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한경석 인아트 대표이사)
한국여성경제인협회(여경협)가 올해 첫 삽을 뜬 '미래 여성경제인 육성사업'이 최근 성황리에 마무리 됐습니다. 올해 5월부터 11월까지 특강과 멘토링, 기업 탐방, 워크숍, 글로벌 비즈니스 탐방 등의 다채로운 프로그램에 전국 2000여명이 넘는 학생들이 참여했는데요. 지난 7일 서울 강남에 위치한 여경협 사무실에서 후배들을 위해 기꺼이 팔을 걷어붙인 기업인들을 만나 소회를 들었습니다. 이들 기업인은 취업에 치우친 교육현장에 창업이라는 새로운 진로를 제시할 수 있었다는 점, 그리고 저출산 고령화 시대 지속성장을 위해 여성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알리고 '여성 미래 인재의 상'을 제시할 수 있는 기회였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여경협의 미래 여성경제인 육성사업은 여성 CEO이 직접 나서 그간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를 미래 여성인재의 재목인 학생들에게 전수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사회초년병 시절 조언을 구할 데가 없어 스스로 멘토를 찾아 나섰던 여성 CEO들은 이 사업의 가치에 깊이 공감하는 모습이었는데요. 덕분에 후배들은 학교 교육현장을 벗어나 여성 선배 기업인들의 회사에 방문하며 창업 스토리와 사회 경험을 공유하는 등 현장감 가득한 교육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멘토 없어 고생…후배들은 시행착오 없도록"
올해 초부터 사업에 참여해온 박경분 부회장은 "회사를 방문한 여학생들이 '이렇게 성공하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하나요' 라며 묻곤 한다"며 "(저와)소통하는 것이 이들에게 꿈을 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창업을 하고, 기업을 경영해오면서 멘토에 대해 갈망이 컸다는 한경석 인아트 대표는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의 선배가 있었다면 물어보면서 상호작용하면서 커갈 수 있었을 텐데, 그땐 창업 커리큘럼은 물론이거니와 아는 선배도 없었다"면서 "직접 애경그룹 장영신 회장의 책을 보면서 배웠다"고 창업 당시를 회상했습니다. 장 회장은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초대회장이기도 합니다.
창업의 길을 걸어온 이들이지만, 학생들에게 창업을 강요하는 것은 아닙니다. 여성 경제인으로서 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며 얻은 자긍심과 사회생활 노하우를 전파하는 것이 일차적 목표입니다. 박 부회장은 "(제가) 일이 좋아서 했듯 학생들에게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해야 즐겁고 능률이 생긴다고 말한다"고 전했습니다. 또한 "'하고자 하는 일을 정확히 알고 뛰어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고 말했습니다.
여성기업인들과 학생들이 지난 7일 여경협 사무실에서 '미래 여성경제인 육성사업'의 1년을 돌아보고 의견을 나눈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경분 여경협 특별부회장(자코모 대표이사), 김민지 수원여대 학생, 한경석 인아트 대표, 유한빈 대전여상 학생. (사진=여경협)
"창업 가르치지 않는 학교 현장에 생생한 기업 DNA 전수"
미래 여성경제인 육성사업에 여러가지 프로그램이 있지만 이 가운데 하이라이트는 지난 10월 말부터 11월 초까지 엿새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서 진행된 '미래 여성경제인 육성사업 글로벌 비즈니스 탐방'이었습니다. 전국에서 선발된 18명의 여자 고등학생과 여자 대학생들이 참여해 구글과 애플, 플러그 앤 플레이(Plug & Play)등 기업과 엑셀러레이터인 이그나이트 XL(Ignite XL)의 창업자를 만났습니다. 학생들은 이를 통해 실리콘밸리를 몸으로 경험하고, 그들이 뛰어야 하는 무대는 한국이 아닌 세계시장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입을 모읍니다.
이 행사에 참여한 수원여대 김민지 학생은 "여성 CEO의 창업 및 성공사례를 듣고 경험하며, 막연히 생각했던 창업을 구체화하게 됐다"면서 "한국이 아닌 글로벌을 무대로 창업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대전여상 2학년에 재학 중인 유한빈 학생은 "취직만이 전부라고 생각했었는데 글로벌 탐방을 통해 창업이 또 하나의 진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국내 특성화고 교육과정에서는 중소기업 취직을 위한 자격증 취득과 인성 면접 등 취업교육이 대부분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성공한 CEO, 그 중에서도 지역 내 성공한 여성 CEO를 만나 그의 성공담을 듣고 배울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는 상황입니다. 공장 및 기업 견학 역시 드문 일입니다. 미래 여성경제인 육성사업이 학교 관계자들에게 호평을 받는 이유입니다.
폭발적 현장 반응에 중기부 예산 증액 계획
시행 첫 해임에도 불구하고 학교 현장과 참여 학생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이 이어지고 있어, 중기부 측은 사업 확대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첫 행사로 열린 대전여상 토크 콘서트에서 직접 사회자로 나서며 여성기업인들과 학생들의 반응을 접한 서정남 중기부 사무관은 "장래 여성 경제인으로서 포부와 꿈을 갖게 한다는 취지로 시작한 사업"이라며 "이들이 경제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든 것 같아 매우 뿌듯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특히 학생들이 여성 CEO 기업 현장 방문에 높은 호응도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서 사무관은 "여성 CEO가 직접 나서 학생들과 소통하고, 현장체험을 제공한다"면서 "학생들을 마치 자식처럼 생각하며 배려하고 하나라도 더 가르쳐 주려는 여성 CEO들의 모습에 감명을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미래 여성경제인 육성사업의 올해 예산은 8억 9000만원 정도였으나 중기부는 내년 예산으로 올해의 두배 가량을 신청해 놓은 상태입니다. 이를 통해 중기부는 올해 참여하지 못한 일부 지역 등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해외 탐방 등의 기회를 더욱 폭넓게 제공한다는 계획입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