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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과 오픈런
입력 : 2023-12-13 오후 4:04:19
주말에 아기 감기가 지속돼 소아과로 향했습니다. 9시에 오픈이지만 8시20분에 도착했더니 먼저 온 부모들이 6명 있었습니다.
 
9시가 되자 줄은 상당히 길어졌죠. 여기에 9시부터 진료 예약 애플리케이션 '똑닥' 접수가 시작되자 대기 인원은 순식간에 40명을 넘어섰습니다. 병원에서 기다린 만큼 약국에서의 대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소아과 예약이 주말 스케쥴을 결정합니다.
 
(사진=뉴시스)
 
최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이 소아과 오픈런 현상을 놓고 "일부 엄마들이 브런치를 즐기기 위해 몰리는 것"이라고 발언해 논란이 일었는데요.
 
정말 현실을 너무 모르는 얘기입니다. 문을 닫는 동네 소아과가 늘고 있는데 최근 독감,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등 감염병이 급속하게 유행하면서 '소아과 대란'은 흔한 상황이 됐습니다.
 
가뜩이나 소아과가 부족한데 주말에 여는 곳이 많지 않아 주말에는 '똑닥'과 씨름하기 바쁩니다. 접수가 조금만 늦어지면 오후 늦은 시간에나 진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한쪽에선 저출산으로 소아과가 문을 닫고 한쪽에선 소아과 진료를 받기 위해 아침 일찍 줄을 서는 아이러니한 모습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소아과가 문을 다는 건 저출산도 있지만 일부 부모의 악성 민원 때문이란 얘기도 들립니다. 진료 서비스가 맘에 들지 않으면 맘카페에 올리면 그 영향력은 생각보다 큽니다.
 
실제 제가 다니는 소아과에 2명의 의사가 있는데 한명의 의사에게만 환자가 몰립니다. 대기가 60명이 넘어가는데 한 의사는 2~3명에 불과하죠. 이유를 알아보니 오진 경험이 있었다는 얘기가 퍼지면서 환자가 줄었다는 것입니다. 그 전까지는 대기인원이 100명에 달했는데 한 순간에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또 어느 순간 병원 카운터 앞엔 '폭언 폭행 금지'라는 안내문이 붙어 무슨 일이 있었을지 상상이 갔습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소아과 오픈런 현상은 당분간 더 심해질 것 같습니다. 소아과는 위기, 부모들은 오픈런, 의사단체들은 정부와 대립. 피해를 보는 건 결국 아이들입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황준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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