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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15일 18:31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권성중 기자] 지난해 말 레고랜드 사태 이후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가 불거지며 유동성 위기 우려를 낳은 롯데건설이 올 한해를 무사히 버텨냈다. 다만 롯데건설의 이 같은 노력은 내년 재검증이 필요할 듯 보인다. ‘위험 사업장’으로 평가받는 미착공 현장들이 다수 남은 상황에서 분양시장은 여전히 침체돼 있는 탓이다.
올해 1월 롯데건설과 메리츠증권의 투자협약식 모습.(사진=롯데건설)
‘레고랜드 사태’ 1년…6.8조 PF 우발채무 줄이기 ‘안간힘’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연결 기준 롯데건설의 지급보증 및 자금보충 약정 금액은 5조8517억원이다. 지난해 말 6조8066억원 대비 14.0%(9549억원) 감소한 수치다. 여전히 6조원에 가까운 PF 지급보증·자금보충 규모를 기록 중이지만, 롯데건설은 지난해 말 이후 약 1년간 본PF 전환으로 9549억원에 달하는 우발채무를 줄였다.
지난해 말 레고랜드 사태 발발로 롯데건설이 신용보강한 PF 유동화증권의 차환이 이뤄지지 않음에 따라 회사가 직접 자금을 투입해 2조9226억원의 PF 유동화증권을 매입한 이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낸 것이다.
올해 1월 롯데건설은 메리츠증권과 1조5000억원 규모 펀드를 조성한 바 있다. 이 자금으로 롯데건설의 부동산 PF 관련 채권을 매입해 왔다. 펀드 자금은 롯데물산과 롯데호텔,
롯데정밀화학(004000) 등 롯데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이 약 6000억원을 후순위 채권자로 보증하고, 메리츠증권, 메리츠화재, 메리츠캐피탈 등 메리츠금융그룹 계열사가 나머지 9000억원을 선순위로 출자한 것이다. 롯데건설과 메리츠증권은 현재 마곡 마이스 단지, 검단101역세권 개발사업 등 대규모 복합개발사업을 함께 수행하고 있다.
단기간에 3조원 가량의 PF 유동화증권 매입으로 위험 수준까지 올라갔던 롯데건설의 PF 우발채무 규모는 2021년(5조5497억원) 수준으로 돌아오며 한숨을 돌리게 됐다. 최근 롯데그룹의 임원 인사에서는 고정욱 롯데지주 재무혁신실장 부사장이 롯데건설의 PF 우발채무에 따른 유동성 위기를 조기 진화한 공로를 인정받아 사장으로 승진하기도 했다.
롯데건설의 올해 영업실적도 준수한 수준이다. 3분기 누적 연결 기준 매출 4조8747억원, 영업이익 2461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매출 4조1236억원, 영업이익 2763억원)와 비슷한 실적을 나타냈다. 인플레이션에 따른 원가율 상승을 무난하게 방어했다는 평가다.
기약 없는 분양시장…내년 ‘두 번째 위기’ 우려
그러나 여전히 좋지 않은 분양시장의 분위기는 롯데건설의 우발채무 위협을 가중시키고 있다. 롯데건설에 대한 진짜 시험대는 내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롯데건설은 올 들어 11월까지 3개 단지, 2904가구를 분양하는 데 그쳤다. 이달에는 부산에서 ‘동래 롯데캐슬 시그니처’(870가구), 경기 안산에서 ‘롯데캐슬 시그니처 중앙’(1051가구) 등 2개 단지 분양을 진행 중이다.
분양 성과도 준수하다. 올해 10월 말 기준 롯데건설이 공급한 정비사업의 경우 99.9%의 분양률을 기록 중이고, 개발사업의 경우 91.8%를 보였다. 다만 울산 ‘문수로 롯데캐슬 그랑파르크’를 제외하고 올해 분양한 단지 대부분이 수도권과 부산 등 주요 지역에 쏠려 있었다.
문제는 내년이다. 정성훈 나이스신용평가 기업평가4실장은 “2024년에는 약 2만가구를 초과하는 규모의 신규 주택 공급이 계획돼 있으며, 이 중 지방사업장 비중이 높다”라며 “부동산 경기침체 기조가 지속되면서 수요 기반이 열위한 지방사업장을 중심으로 미분양 위험이 확대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예정 현장 관련 사업 불확실성이 이전 대비 증가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롯데건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분양 계획에 대해 “최근 임원인사 후 사업본부 별 내년도 사업계획을 구상하고 있다”라며 “주택공급 계획 역시 내부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나이스신용평가가 롯데건설의 사업보고서, 분기보고서 등을 기반으로 추산한 2024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PF 유동화증권 규모는 약 4조5000억원에 달한다. 올해 진행한 분양과 펀드 조성 등으로 약 1조원의 PF 우발채무를 줄였지만, 여전히 자본완충력 대비 과중한 수준의 우발채무가 만기를 앞두고 있는 것이다.
롯데건설이 4조원이 넘는 PF 유동화증권 만기를 ‘분양’을 통해 덜어내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내년도 분양시장이 올해보다 더욱 냉각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탓이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한 해 동안 분양물량을 크게 늘리지 않는 이상 PF 우발채무 규모가 크게 변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PF 만기 연장을 지속하면서, 분양을 앞둔 사업장들의 본PF 전환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성중 기자 kwon8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