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새해를 앞두고 새 다이어리를 샀습니다. 다이어리를 예쁘게 꾸미거나 꾸준히 기록하는 편은 아닌데요. 그래도 날짜별로 할일이나 일정 등을 정리해야 하기에 다이어리가 없으면 불안한 마음이 듭니다.
또 매일마다 있었던 일이나 느꼈던 감정 등을 다이어리에 기록하는 묘미도 있습니다. 일기를 쓰는 거죠. 쓸때는 몰라도 쌓이고 나서 읽어보면 꽤 재밌습니다. 어디 털어놓지 못하는 이야기나 고민거리도 맘껏 털어놓을 수 있고요.
하지만 대부분의 일정관리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서 하고 있습니다. 매번 다이어리를 펴서 일정을 확인할 수도 없거니와 매번 추가되는 일정을 다이어리에 수기로 기록하기도 번거롭기 때문입니다.
한 땐 블로그에 일기를 쓰기도 했는데요, 지인들과 하루에 시간을 몇분이라도 정해두고 일기를 쓰는 프로젝트를 한 적이 있습니다. 짧게라도 생각을 정리하는 습관을 들이기 위해섭니다. 블로그에 쓴 일기는 수기로 쓰는 일기와 달리 간편하고 내용을 검색하기도 좋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대신 블로그는 아무리 비공개로 쓰더라도 솔직한 속마음을 다 표현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전체공개로 쓸 경우에는 아무리 짧고 개인적인 일기일지라도 '글'을 써야한다는 압박감이 있고요. 감정을 털어놓는 일기는 손으로 쓰는 게 제맛인 거죠.
그래서 아날로그와 디지털 중간의 느낌을 재현하기 위해 아이패드도 구입해봤습니다. 다이어리 한권 들고 다니느니 아이패드로 다이어리를 쓰고 싶었어요. 유료앱 '굿노트'에 다이어리를 꾸미는 노력도 잠시, 영 불편하고 손이 안 갑니다. 저와 두세학번만 차이나도 아이패드 필기가 편하다고 하는데요, 제 아이패드는 그저 영상보는 용도로 전락했습니다.
결국 손으로 쓰는 다이어리로 회귀한 이유입니다. 디지털에 익숙하지만 아날로그가 더 편한, 어정쩡한 중간지대에 있으니 기록을 두배로 하게 생겼습니다. 스마트폰에 일정관리를 하지만 다이어리 먼슬리도 써야하고, 할일을 노션에 기록하면서도 다이어리에 정리하고. 블로그에 글도 쓰고 다이어리에 일기도 쓰고요. 아, 정말 좋은 방법 없을까요?
(사진=픽사베이)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