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중앙TV가 지난 18일 발사된 신형 ICBM 화성-18형 발사 장면을 19일 보도했다. 이날 발사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씨, 딸 주애 양이 동행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북한이 '화성-18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로 위기감을 고조시키며 '한미일 대 북중러' 갈등 구조를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도 중국·러시아의 반대로 북한에 대한 추가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는데요. 북중러 연대에서 약한 고리로 평가받는 중국과의 관계 개선이 한반도 정세 안정의 해법이라는 제언이 나옵니다.
진영 외교에 안보리 '빈손'
유엔 안보리는 19일(현지시간) 상임이사국인 미국의 요청으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관련 대응을 논의했습니다.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ICBM은 고체연료 기반의 '화성-18형'으로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성능을 갖춘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북한은 이번 발사에 '시험 발사'가 아닌 '발사 훈련'이라고 표현했는데, ICBM 개발이 완료됐음을 시사한 겁니다.
하지만 예상대로 중국·러시아가 북한의 입장을 옹호하면서 안보리 회의는 약1시간 30분 만에 별다른 성과없이 종료됐습니다.
겅솽 유엔 주재 중국 대표부 부대사는 북한의 ICBM 발사가 미국에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은 특정 국가가 동맹국에 확장 억제를 제공하고 전략무기를 한반도에 파견하는 움직임에도 함께 주목하고 있다"며 "이런 공격적인 힘의 주장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한다면 한반도의 긴장이 더 고조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짚었습니다.
안보리는 북한이 1차 핵실험한 2006년부터 2017년까지 북한에 11건의 제재 또는 성명을 의결한 바 있습니다. 2018년 이후부터는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강화하면서 안보리 차원의 대응은 단 한 건도 성사시키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 도발 관련 논의에 '미국 책임론'과 '제재 무용론' 등을 주장하며 제동을 걸고 있습니다.
관련해 김종대 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는 <뉴스토마토> 통화에서 "각국이 진영 논리에 빠져 (안보리도)악순환을 겪고 있는 것"이라며 "한반도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진영 외교를 약화시키고 악화되는 것을 예방할 필요가 있는데, 우리 정부가 직접 진영 외교에 뛰어들면서 중국과 러시아를 외교 자산에서 잃은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각)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인근 우드사이드의 파이롤리 에스테이트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 회담 전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북중러 연대, 약한 고리는 '중국'
한반도 정세에서 한국은 한미일 3국 안보협력에 방점을 찍고 있습니다. 반면 북한은 중국·러시아와의 연대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18일 '2024년 아산 국제정세전망' 언론 간담회에서 "북한은 신냉전 구도를 적극 활용해 핵보유국으로 등극하겠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며 "도발을 통해 미국을 압박하는 기존 전략에서 중·러와의 연대를 통해 우회 인정을 받으려는 전략으로 전환했다"고 평가했습니다.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가 강화하는 모습인데, 한반도 정세 안정을 위해서는 우리 정부가 중국·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제언이 나옵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 이기동 수석연구위원과 최용환 책임연구위원이 지난 19일 발표한 전략보고서 '한미일 대 중러북의 연대 수준 비교 및 시사점'에 따르면 한미일 연대는 구성력과 지속성·회복탄력성 등에서 북중러 연대보다 우세합니다.
반면 정체성 측면에서는 북중러가 우세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또 북중러는 권위주의 정치체제를 공유하는 만큼 정권교체에 따른 정책 변화 가능성이 높은 한미일보다 밀착 돼 있습니다.
다만 보고서는 북중러 연대가 '반미주의'에 기초한 이념 정체성을 가졌기 때문에 향후 미중관계의 변화에 따라 가변적일 수 있다고 판단합니다. 북중러 연대의 약한 고리가 중국이라는 겁니다.
보고서는 "이념보다 국익중시 경향을 보이고 있는 중국은 중러북 연대에 상대적으로 소극적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며 "자유주의 국제질서 하에서 다양한 혜택을 누리고 있는 중국과 그렇지 않은 러시아와 북한을 차별화해 중국의 국익이 어느 쪽과 더 결부돼 있는지 현명하게 판단할 것을 주문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또 북한이 한미일 대 북중러 대결구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구상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이 구도가 더이상 격화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반면 정재흥 세종연구소 중국전략연구센터장은 통화에서 "관리가 필요하다는 말은 일리가 있긴 하지만 우리 정부의 정책 변화없이는 무의미한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가 더 중요하다"고 꼬집었습니다.
한국이 미국과 연대를 통해 '대중 압박'의 수위를 높이는 상황을 근본적으로 해소하지 않는 한 중국이 현재 입장을 변화할 가능성은 없다는 겁니다.
이어 "중국 입장에서는 다극화된 국제질서의 변화에서 경제 협의체인 브릭스(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를 통한 러시아의 전략적 가치가 높은 상황"이라며 우리 정부가 단순히 중국에 '건설적 역할'만을 촉구하는 것으로는 현실적 문제를 풀어낼 수 없다고 진단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