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알뜰폰업계의 숙원이던 도매제공 의무제도 상설화가 곧 이뤄집니다. 10여년 만에 사업의 영속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된 건데요. 다만 사후규제를 전제로 도입되는 만큼 향후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중요해졌습니다. 제4이동통신 등장 가능성과 은행권의 알뜰폰 진출 확대로 경쟁이 치열해지는 점도 부담입니다. 업계는 도매제공 의무제도 상설화의 안착을 통해 투자를 늘리고, 자체 전산설비를 보유한 풀MVNO 기반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입장입니다.
한국알뜰사업자연합회(KMVNO)는 21일 서울시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송년간담회를 열고 도매제공 의무제도 상설화 도입으로 최소한의 안전판이 만들어졌다면서 향후 사후규제도 사업자들이 안심하면서 투자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부가 끌어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 도매제공 의무제도를 상설화하는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됐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시장상황 등을 고려해 도매제공의무사업자를 지정·고시할 수 있도록 하며, 도매대가는 제공비용, 소매요금, 도매제공량 등을 고려해 산정합니다. 단, 대가 산정 부분에서 1년 이후 사후규제로 전환됩니다. 1년 후부터는 통신사와 알뜰폰 회사가 도매가격을 정할 때 자율 협상하되, 공정경쟁을 저해할 경우 정부가 개입하는 방식입니다.
김형진 한국알뜰사업자연합회장이 21일 송년 간담회에서 도매제공 상설화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김형진 알뜰폰협회장은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정해 협상하기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며 "이동통신(MNO)3사도 정부 정책에 호응해 줄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앞으로 1년간 제도시행 유예기간 동안 정부가 합리적 도매대가를 산정하도록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도매제공 의무제도에 대해서는 한시름 놨지만, 시장 상황은 녹록지 않습니다. 정부가 제4이동통신 도입을 추진 중이고, 은행권의 알뜰폰 진출로 경쟁환경은 더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통신3사 중심으로 고착화된 시장의 판을 흔들 수 있겠지만, 수익성을 놓고 치열한 싸움을 해야 하는 환경인 셈입니다. 알뜰폰사업자들은 도매제공 상설화의 안착과 투자 확대를 통해 현 상황을 타개한다는 계획입니다.
김형진 회장은 "그동안 제도의 일몰에 대한 부담으로 사업자들이 투자를 선뜻 나서지 못한 측면도 있다"면서 "미래가 있다면, 손해를 보더라도 투자를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사후규제 도입 전까지 열심히 가입자를 늘리고, 자체설비를 보유한 풀MVNO 등을 준비해 나가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알뜰폰협회는 신분증의 위·변조 검증 등 사회적 책임도 다하겠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이 일환으로 지난 20일부터 알뜰폰 판매점에 순차적으로 신분증 스캐너 도입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협회 관계자는 "비용은 확대되겠지만 신분증 스캐너 도입으로 MNO와 같이 개통 프로세스 관리가 가능해질 것"이라며 "알뜰폰의 이미지 개선에도 힘쓰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