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유진·이민우 기자] '상저하고'를 고수한 정부와 달리 올해 한국경제를 '상저하저'로 진단한 경제전문가들의 판단도 만만지 않습니다.
고금리, 물가상승 등에 대한 근본책이 필요하다는 요구도 나옵니다. 58조원에 달하는 역대급 규모의 '세수 결손'에 대해서는 '정부의 무능력함'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25일 <뉴스토마토>가 경제전문가 4인을 상대로 '2023년 한국경제 결산'에 대해 문의한 결과 '상저하저', '세수 결손', '반도체 부진', '고금리·물가',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꼽았습니다.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는 "성장률로 보면 상반기가 극단적으로 낮았던 경제"라고 평했습니다. 다만 상반기보다 하반기 성장률이 높은 것은 맞다고 부연했습니다.
그러면서 "상반기 성장률보다 하반기 성장률이 높다고 말하면 좋은데 그렇지 않아서 상저하고라는 표현은 적절해보이지 않다"며 "상저하저의 흐름이기 때문에 엄청나게 개선이 됐다고 보기에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도 '상저하저'라고 꼬집었습니다.
정세은 교수는 "처음에 상저하고의 근거로 제시했던 중국 리오프닝 효과는 없었다"며 "최근 반도체가 조금 살아난다고 하지만 그것 말고는 긍정적인 시그널을 찾기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25일 <뉴스토마토>가 경제전문가 4인을 상대로 '2023년 한국경제 결산'에 대해 문의한 결과 '상저하저', '세수 결손', '반도체 부진', '고금리·물가',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꼽았다. 그래픽은 4인4색 전문가 진단. (그래픽=뉴스토마토)
60조원에 가까운 '세수 결손'에 대한 쓴소리도 이어졌습니다. 세수 결손은 당초 정부의 예상보다 1조원 줄어든 58조원 규모일 것으로 전망되지만 여전히 세수 예측 실패에 대한 지적은 피하기 어려워보입니다.
손종필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이 정도의)세수 결손은 정부의 무능력이라고 본다"며 "여러가지 경제적 상황들도 있지만 (결정적으로) 정부가 무능력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세계적으로 경제가 안 좋은 상태에서 정부가 세수 자체를 좀 더 보수적으로 잡았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은 것"이라며 "정부의 예측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세수 확보가 어려웠던 것은 부동산 관련 세금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본다"며 "세수 중 50조원 규모가 부동산의 영향을 받는다. 양도소득세, 종부세, 재산세, 취득세 등 관련이 다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또 경기가 안 좋았기 때문이다. 경기가 안 좋고 기업이 어려웠다"며 "이에 따라 법인세가 덜 걷혔다. 결국 경제가 어려웠던 탓"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저성장의 주 요인인 반도체 부진과 고금리, 지정학적 리스크 등도 지목했습니다.
정세은 교수는 "기업들의 심리지수도 좋지 않다. 더욱이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팔레스타인 분쟁 등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등 불확실도 여전하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근본적으로는 우리 사회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고령화에 따른 생산인구 감소와 같은 구조적인 문제, RE100 대응이 안돼 있는 점 등을 꼽을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홍기용 교수는 "올해 국제 경제의 흐름이 워낙 좋지 않았다"며 "우리나라 산업형태는 국제사회로부터 영향을 받는 면이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포스트 코로나 때 고금리, 물가상승 등이 이어져 긴축재정을 하는 국가들이 늘었다. 경기가 기지개를 피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고 분석했습니다.
정세은 교수는 "정부가 기업들을 조사해 가격을 못 올리게 한 것, 공공요금을 통제한 것이 제대로 된 대책은 아니라고 본다"며 "물가는 이미 많이 오른 상태고 더 오를 여지도 있다. 근본책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했다"고 조언했습니다.
25일 <뉴스토마토>가 경제전문가 4인을 상대로 '2023년 한국경제 결산'에 대해 문의한 결과 '상저하저', '세수 결손', '반도체 부진', '고금리·물가',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꼽았다. 사진은 부산항에 쌓인 컨테이너들. (사진=뉴시스)
세종=김유진·이민우 기자 y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