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의 비상대책위원장직 제안을 받아들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21일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이임식을 마친 뒤 직원들의 박수를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내년 4월 10일 제22대 국회의원선거를 106일 앞두고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집권여당 비상대책위원장에 취임했습니다.
윤석열정부 집권 3년 차에 열리는 이번 총선에서 여당은 야당의 과반 의석을 막아내야 윤 대통령의 '빠른 레임덕'을 막아낼 수 있습니다. 혹여 과반 의석 저지 뿐 아니라 '대패'로 마무리된다면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의 '레임덕'이 시작되는 겁니다.
그만큼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입니다. 문제는 집권여당의 운명을 맡길 만큼 한 위원장이 검증됐느냐 입니다.
정치인과 국무위원은 엄연히 다릅니다. 한 장관이 꼬집었던 '여의도 300명의 사투리'도 나름의 이유가 존재할 겁니다. 국회의원 300명은 지난 총선에서 '꽃길'을 걸었다기 보다는 치열한 선거운동을 거쳐 본회의장에 앉을 수 있었습니다. 나름의 '꽃길'을 걸어 온 한 장관이 과연 106일을 잘 헤쳐나갈 수 있을까요.
그런데 사실상 비대위원장에 추대된 한 위원장이 보여준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면 '화법'말고는 남는 기억이 없습니다. 또 한 위원장에게 거는 기대감 역시 실체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한 위원장을 이번 총선의 '구원자'로 생각하는 이들은 그의 젊은 나이와 정치 경험이 없는 신선함을 이야기합니다.
나이를 먼저 보면 '세대교체'에 대한 기대감입니다. 그런데 세대교체는 비대위원장의 나이에서 오는게 아닙니다. 이준석 전 대표는 한 위원장보다 어렸고, 심지어 추대가 아닌 투표로 국민의힘 당대표에 올랐습니다.
물론 이 전 대표가 총선을 앞두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완벽한 '세대교체'에 성공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한 위원장의 '세대교체'는 공천에서 시작돼야 합니다. 과연 0선의 한 위원장이 국민의힘 내 두터운 기득권의 벽을 뚫어낼 수 있을까요.
한 위원장이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건, 그의 '화법'에서 시작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지지자들에겐 통쾌했을 것이고, 여당 의원들에겐 든든했을 겁니다.
그런데 이같은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이낙연 전 총리입니다. 이낙연 전 총리는 문재인정부에서 '대정부질문 스타'였습니다. 이 전 총리의 '촌철살인' 답변은 그를 대선주자로 키워냈습니다. 2019년 3월 25일 신문의 헤드라인은 '맹탕 대정부질문…대선주자 이낙연 존재감만 부각'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전 총리의 몰락은 당대표를 맡으면서 시작됐습니다. 총리→당대표→대선 수순의 꽃길을 걸을 줄 알았던 이 전 총리가 당대표로 보여준 리더십이 스스로의 발목을 잡은 겁니다.
이 전 총리는 5선 의원 출신에, 전라남도지사, 총리까지 지내며 정치 경험이 풍부했음에도 실패했습니다. 반면 한 위원장은 정치 경험이 전무합니다. 과연 집권 여당의 기대처럼 '구원자'가 될 것인지, 이 전 총리의 길을 걷게 될지 남은 100일이 기대됩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