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마음'. (사진=다산북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저는 마지막 결정을 합니다. 여러분이 결정한 건 다른 사람이 바꿀 수 있지요. 수석(비서관)이나 장관이 한 것은 제가 바꿀 수 있고요. 그런데 제 결정은 그렇게 못 합니다. 대통령이 한 결정은 바꿀 수 없어요. 돌이키기 힘듭니다. 그러니 결정하는 게 힘들지요."
문재인정부 청와대 시절 주변 참모들이 밤마다 서류에 매달리는 걸 걱정한 데 대한 문재인 전 대통령의 반응입니다.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에서 홍보기획비서관과 연설기획비서관을 역임한 최우규 전 비서관은 문 전 대통령의 이런 반응에 대해 "대통령은 행정에 관해 최종 결정을 내린다. 식언은 금물이다. 그러니 노심초사하고 밤늦게까지 보고서를 읽게 된다는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스트레스 받아도 참고 농담도 안하고"…문 전 대통령 '고구마 화법' 언급 눈길
"문 대통령은 스트레스를 받아도 참는다", "문 대통령은 진중하다. 농담도 별로 하지 않는다", "직급과 나이에 상관하지 않고 높임말을 썼다" 최우규 전 비서관이 최근 펴낸 저서 '대통령의 마음'에는 저자가 1년8개월간 청와대에서 근무하면서 봐온 문 전 대통령의 국민과 참모진을 대하는 화법과 태도가 담겨 있습니다. 최 전 비서관이 이른바 문 전 대통령의 '고구마 화법'에 대해 언급한 부분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고구마 같은 화법은 대통령 때도 달라지지 않았다. 본인 말마따나 무거운 책임 때문이다. 결정은 신중하게 한다. 말했으면 책임을 진다. 약속은 지킨다"
청와대 비서관 이전에 오랜 세울을 기자로 활동한 최 전 비서관은 담담히 문 전 대통령의 말과 글을 전했습니다. 최 전 비서관은 "대통령 뜻은 말과 글로 전달된다, 토론을 거치고 정책으로 수립해 시행한다"며 "대통령 말과 글이 어떻게 국정에 반영됐는지 남보다는 조금 더 접한 셈"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그는 "이 글은 누군가를 찬양하는 위인전이나 삶을 반추하는 평전이 아니다"라며 "넓게 보면 인물 관찰기다. 전체 그림을 조망하기에 약간의 도움은 될 듯하다"고 했습니다.
최 전 비서관은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 회의, 국무회의 때 문 전 대통령의 발언문을 주로 썼던 만큼 이에 얽힌 이야기와 함께 남북정상회담·평창 동계올림픽, 한중·한일 관계 등 대외 외교와 둘러싼 이야기를 실무자의 시각에서 전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문 전 대통령은 한일 관계와 관련해 일본에 여러 번 "따박따박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참모진에게 주문했다고 합니다. 강제동원 배상 문제에 대한 일본의 인식이 잘못됐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따박따박'은 문 전 대통령이 자주 쓰는 용어로, 반듯하고 또렷하다는 '또박또박'의 부산 사투리라고 최 전 비서관은 전했습니다.
남북 정상회담과 얽힌 일화 담겨…국민 청원 게시판 개설 의지도 확인
최 전 비서관의 저서에는 남북 정상회담과 얽힌 일화도 담겼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2018년 4월11일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 5차 회의에서 청와대 참모진들에게 "한 번에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하겠다는 지나친 의욕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오랜 기간 단절되었던 남북 관계를 복원하고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로 나아가는 튼튼한 디딤돌을 놓는다는 생각으로 임해주길 바란다"고 주문하기도 했습니다.
저서의 부제는 '문재인의 진심'입니다. 말과 글을 통해 문 전 대통령이 진심을 다했던 일들이 무엇인지 보여줍니다. 2018년 12월11일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김용균씨가 사망한 후 문 전 대통령은 "부모님이 사준 새 양복을 입고 웃는 모습, 손 팻말을 든 사진, 남겨진 컵라면이 우리 국민 모두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고 말했는데 이 부분은 최 전 비서관이 썼던 부분입니다. 당시 문 전 대통령은 '제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를 '우리 국민 모두의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로 고쳤는데, 당시 최 전 비서관은 "얼굴이 화끈거렸다, 맞다, '대통령의 아픔'이 아니라 '국민의 아픔'이어야 했다"고 회고했습니다.
이외에도 최 전 비서관이 청와대에서 바라본 문 전 대통령의 언어에 대한 집착, 국민 청원 게시판 신설, 국민소통수석실 설치, 아쉬운 광화문 대통령 공약 등의 내용이 저서에 담겨 있습니다. 특히 문 전 대통령은 지난 2018년 5월14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당장 해결이 안 되더라도 하소여할 곳에다 청원하고 공감하면 그것으로 분이 반은 풀린다"고언급했는데 국민 청원 게시판 개설에 대한 문 전 대통령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