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포스코그룹 이사회가 현 회장의 거취 표명 없이도 차기 회장 후보군에 포함될 수 있도록 지배구조 개선안을 의결한 가운데, 최정우 회장의 침묵이 업계 내 최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동시에 포스코홀딩스 CEO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가 회장 선임 절차에 돌입하면서 최 회장이 3연임에 도전하는지, 퇴임하는지는 내년 초에나 알 수 있게 됐습니다.
26일 포스코홀딩스에 따르면 후추위는 현재 '롱리스트' 작성을 위한 후보자 추천을 받고 있습니다. 후보자 추천은 자천, 타천, 추천위 자체 결정 등으로 이뤄집니다. 포스코홀딩스가 지난 19일 새로운 회장 선임 방식을 도입하면서 최 회장의 연임 의사 표명과 무관하게 차기 회장 인선 절차가 진행되는 겁니다.
최 회장은 현직 회장이 연임에 도전할 경우 단독으로 우선 심사를 받도록 한 이른바 '셀프 연임' 규정이 없어져 공정성 문제를 벗어났다는 평가를 받는 한편, 현 정부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회장 선임 과정에 함부로 개입할 수도 없는 처지여서 버티기 전략이 아니냐는 얘기도 들립니다.
내년 3월로 연임 임기가 끝나는 최 회장 역시 후추위 추천을 받거나 자천으로 재연임에 도전할 수 있습니다. 일부는 최 회장이 재임 동안 포스코그룹을 철강 기업에서 미래 종합소재 기업으로 도약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재연임 도전 가능성을 제기 중입니다. 여기에 최 회장이 지난 11일 두 차례에 걸쳐 포스코홀딩스 주시 700주를 장내 매수하면서 연임 도전 가능성이 무게를 더하고 있습니다.
다만, 현재 윤석열 정권과 불편한 관계라는 점에서 연임을 포기할 것이란 의견도 나옵니다. 최 회장은 재계 순위 5위 대기업을 이끌면서도 다른 재계 총수와는 달리 대통령 해외순방 행사 등에 한번도 동행하지 못했습니다. 이에 그간 중도하차설과 '포스코 패싱' 등의 논란에 시달려왔으나 무사히 임기 완주 목전까지 왔습니다. 따라서 최 회장이 연임을 포기할 지라도 포스코 역사상 처음으로 임기를 마친 회장으로 기록될 전망입니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올해 초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2023년 포스코그룹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비공모 방식 후보자 추천…KT의 전철 우려도
또 연임에 도전할 지라도 무산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됩니다. 포스코의 최대주주는 6.7%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국민연금공단입니다. 이같은 소유분산기업의 경우 정권의 외압을 견디기 힘든 구조로 꼽힙니다. 포스코처럼 대표적인 소유분산기업인 KT도 지난해 CEO 후보로 구현모 전 대표를 최종 후보자로 선정했는데 국민연금이 반대해 구 전 대표가 연임을 포기한 바 있습니다.
포스코그룹도 KT와 마찬가지로 후보자를 공개 모집하지 않고 사내 인사와 외부 추천 등 비공모 방식으로 추진하기로 한만큼, KT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겁니다.
현재 최 회장 외 포스코 내부 전현직 인사들도 후보군으로 많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 정탁 포스코인터내셔널 부회장, 정기섭 포스코홀딩스 사장, 전직 임원들인 황은연 전 포스코 인재창조원장, 조청명 전 포스코플렉텍 사장 등입니다.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은 본인의 강력한 부인에도 유력 후보군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아울러 최근에는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포스코 차기 회장 인사에 개입하고 있다는 '지라시'가 돌기까지 했습니다. 그러자 김 비서실장은 지라시 최초 작성, 유포자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후추위는 내년 1월 초까지 내·외부 추천을 받아 후보군을 작성한 뒤 1월 중순까지 회장 후보 기본자격과 평가 방식을 바탕으로 내·외부 롱리스트 후보군을 구성합니다. 후추위는 롱리스트 후보군에서 회장 후보 인선 자문단의 평가 결과를 참고해 1월 말 '숏리스트'로 후보군을 압축한 뒤, 2월 '파이널 리스트'로 후보군을 재차 좁혀 최종 후보 1인을 결정할 예정입니다.
포스코. (사진=연합뉴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