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지난해 이동통신 번호이동 건수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최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알뜰폰 시장이 활성화된 영향인데요. 통신3사에서 알뜰폰(MVNO)으로 이동이 늘었을 뿐 아니라 알뜰폰간 번호이동도 활발히 진행됐습니다.
3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가 발표한 통신서비스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번호이동은 총 561만2973건을 기록했습니다. 코로나 기간 2020년 542만2730건, 2021년 508만3711건, 2022년 452만9524건 등 내림세를 지속하다 4년 만에 반등했습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팬데믹 이후 고물가로 번호이동 시장이 축소됐지만, 지난해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번호이동 시장 반등의 일등공신은 알뜰폰입니다. 지난해 알뜰폰 번호이동 수치는 242만7060건입니다. 번호이동 순증 수치인 80만896건과 알뜰폰에서 알뜰폰으로 이동한 162만6164건을 합한 결과입니다. 전체 번호이동 시장에서 43.2%가 알뜰폰으로 이동했는데요. 번호이동에 나선 10명 중 4명가량은 알뜰폰을 선택했다는 의미입니다. 1~2년 전 대비 알뜰폰 번호이동이 꾸준하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됩니다. 2021년 알뜰폰 번호이동 수치는 총 151만7740건 발생했고, 2022년에는 165만1842건을 기록한 바 있습니다.
알뜰폰 번호이동 수치 증가에서 미뤄 짐작할 수 있듯 실제 알뜰폰 이용자들도 증가 추세입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무선통신서비스 가입 현황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월말 기준 알뜰폰 회선 수는 1544만2924개를 기록했습니다. 11월 알뜰폰으로 번호이동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고, 12월에는 이 수치를 또 한번 경신했습니다. 번호이동 시장 활황세와 직전월 대비 알뜰폰 가입자 성장률을 감안하면, 지난해 말 알뜰폰 회선 수는 1600만 돌파도 가능할 전망입니다.
지난해 알뜰폰 돌풍에는 시장 특수성이 어느 정도 반영됐습니다. 금융권의 알뜰폰 진입 가속화 속 이에 맞불을 놓기 위해 기존 알뜰폰 업계에선 0원 요금제가 늘어났죠. 과기정통부는 통신시장 경쟁활성화 일환으로 알뜰폰 시장에 힘을 실어줬는데요. 통신3사의 세분화된 5G 중간요금제 또한 알뜰폰 시장을 자극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시장 특수성 없이도 올해 알뜰폰 시장 성장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알뜰폰 망 도매제공 의무제도가 상설화된 것이 가장 큰 호재로 지목되는데요. 알뜰폰사업자들은 "일몰제가 없어진 만큼 자체설비를 보유한 풀MVNO 등을 준비하고 도매대가 협상에 문제가 없으면 시설투자도 늘려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5G 28㎓ 신규 사업자 등장은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정부는 제4이동통신에 지원한
세종텔레콤(036630), 스테이지엑스, 마이모바일에 대해 심사를 진행 중입니다. 신규 이동통신 사업자 등장이 예고된 상황인데, 알뜰폰 시장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옵니다. 정보통신연구원(KISDI)은 해외 이동통신시장 구조 변화와 MVNO 보고서에서 "제4이통이 알뜰폰 타깃 시장을 공략하는 경우 독립 알뜰폰의 점유율 확대가 어려울 수 있다"면서도 "장기적으로는 망 제공 사업자 수 증가에 따라 독립 알뜰폰 사업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놨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