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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과거 확률형아이템 '과징금'에…넥슨 "고지 의무 없던 시기" 반박
공정위, 메이플 '거짓 확률' 116억 부과
입력 : 2024-01-04 오전 9:04:50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넥슨의 아이템 확률 공개 누락에 과징금을 부과하자, 넥슨이 "의무 없던 시기의 일로 소급했다"고 반박했습니다. 공정위는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전자상거래법)'을 근거로 제재에 나선 반면, 넥슨은 확률공개 의무화를 골자로 한 게임법 개정안 시행 전의 일이라며 항변하고 있습니다.
 
4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전날 넥슨 게임 '메이플스토리' 확률형 아이템 '큐브' 등에 대해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가 있다며 과징금 116억원을 부과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전자상거래법 적용 사례 중 최대 규모입니다.
 
전자상거래법 21조1항은 전자상거래를 하는 사업자가 거짓 또는 과장된 사실을 알리거나 기만적 방법을 사용해 소비자를 유인 또는 거래하는 행위를 금지합니다.
 
김정기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감시국장이 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브리핑룸에서 온라인 게임 서비스 업체인 ㈜넥슨코리아가 온라인 PC 게임인 '메이플스토리' 및 '버블 파이터' 내에서 판매하는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고도 알리지 않고 거짓으로 알린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116억원(잠정)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공정위 "의도적·적극적 기만행위"
 
앞서 공정위는 지난 2021년 큐브 확률의 선별 공개 문제가 제기되자 전수조사에 돌입했습니다. 그해 3월 넥슨은 아이템 확률 의혹에 따른 소비자 불매운동에 대응해 큐브 아이템 확률을 공개했는데요. 당시 넥슨이 일부 중복 옵션 적용을 제외하고도 알리지 않았다는 민원이 제기됐기 때문입니다.
 
문제된 게임인 메이플스토리는 2003년 출시돼 한국과 일본, 중국, 대만, 미국 등 110개국에서 누적 회원 약 1억9000만명이 즐겨온 MMORPG(다중접속 역할수행 게임)입니다. 이 게임은 모바일판 '메이플스토리M'과 함께 2019년 이후 지금까지 해외 누적 매출 2조원을 기록했습니다.
 
이 게임의 확률형 아이템 큐브는 넥슨이 2010년 출시했습니다. 메이플스토리 캐릭터가 쓰는 장비의 능력은 '기본능력'과 '잠재능력'으로 구분됩니다. 잠재능력을 올려주는 큐브는 메이플스토리 전체 매출의 약 30%를 차지합니다. 공정위는 "큐브 구매에만 1년에 최대 2억8000만원을 소비한 이용자도 존재했다"고 밝혔습니다.
 
공정위는 넥슨이 큐브의 확률 구조와 내용을 게이머에게 불리하게 다양한 방법으로 변경하는 과정을 공지하지 않거나 거짓 공지했다고 봤습니다. 우선 넥슨이 2010년 5월13일 큐브 출시 당시 옵션 출현 확률을 균등하게 맞췄다가, 그 해 9월15일부터 인기 옵션이 덜 나오게 만들고 알리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습니다.
 
또 넥슨은 인기 중복 옵션 조합인 '보보보', '드드드', '방방방'이 아예 출현하지 않게 만들고 이용자에게 알리지 않았는데, 그 기간이 2011년 8월4일~2021년3월4일이라고 합니다.
 
이들 옵션은 MMORPG 특성상 캐릭터 경쟁력을 높이는 데 중요합니다. 보스 몬스터에게 입히는 피해를 높여주는 효과를 줄여 '보'라고 합니다. 이 잠재 옵션 세 개가 중복되는 걸 보보보라 부릅니다.
 
몬스터 사냥 보상으로 아이템 얻을 확률을 높이는 잠재 옵션 줄임말은 '드'입니다. 이 옵션 세 개가 중복되면 드드드가 되죠. 몬스터 방어율을 무시할 수 있게 해주는 옵션 '방'을 세 개 합치면 방방방이 됩니다.
 
공정위는 넥슨이 인기 옵션 중복 배제 사실을 공지에서 누락한 걸 넘어 "'큐브의 잠재 능력에는 변경사항이 없으며 기존과 동일하게 설정된다고 거짓으로 공지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공지 누락 판단은 또 있습니다. 넥슨은 2013년 7월 최상위 장비 등급 '레전드리'를 만들고 이를 얻는 데 유리한 고가 아이템 '블랙큐브'를 출시했는데요. 처음엔 1.8%였던 등급 상승 확률을 계속 낮춰 2016년 1월까지 1%로 만들고도 이를 게이머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 밖에 2009년 출시된 슈팅 액션 게임 '버블파이터'의 '올빙고 이벤트(2018년 12월)'에서 매직 바늘을 다섯 개 쓸 때까지 골든 숫자 카드 출현 확률을 0%로 만들고, 여섯 개 이상 쓸 때만 골든 숫자 카드를 얻을 수 있게 하고도 알리지 않은 점도 과징금 부과 근거로 들었습니다.
 
공정위는 "넥슨은 인기 옵션, 최고 등급 상승 확률을 하락시키거나 0으로 설정하고도 이용자의 확률 관련 문의에 대해 '모험을 하며 알아갈 수 있는 내용' 이라고 답변을 외면하거나 회피했다"며 "나아가 '답변 진행을 홀드'하라고 내부적으로 지시하고 이를 시행하는 등 이용자에게 그 사실을 알리지 않거나 거짓으로 알린 피심인의 행위는 의도적 , 적극적 기만행위"라고 질타했습니다.
 
넥슨 판교 사옥. (사진=넥슨)
 
넥슨 "의무 없던 일로 소급해 법적 안정성 저해"
 
넥슨은 억울하다는 입장인데요. 큐브에 대한 사안은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에 대한 고지 의무가 없던 2016년 이전에 일어나, 현재 서비스와 무관하다는 겁니다. 게다가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의무는 일부 개정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산업법)'에 따라 3월22일 발생합니다. 공정위가 아이템 정보 공개 의무 발생 이전 일로 과거 문제를 걸고 넘어지면, 국내 게임 산업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넥슨은 2021년 3월 업계 최초 큐브 확률 정보 공개가 공정위 조사에 따른 사후 조치가 아닌 자발적 개선 행위였다고 했습니다.
 
신뢰 회복을 위한 추가 조치도 했습니다. 그해 12월 세계 최초로 게임 내 각종 확률형 콘텐츠의 실제 적용 결과를 조회하는 '넥슨 나우'를 도입했습니다. 2022년 12월에는 게이머가 직접 확률 데이터를 확인하고 스스로 확률 정보를 검증할 수 있는 오픈 API도 도입했습니다.
 
넥슨은 "공정위에서 문제로 지적한 2010~2016년은 전 세계적으로 게임 확률을 공개하지 않던 시기"라며 "공정위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법적 의무와 사례가 없던 시기의 사안에 대해 위반으로 판단했다"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법조계 일각에서도 공정위가 확률 공개 의무 없던 넥슨의 과거 행위를 문제삼은 점을 우려합니다. 황성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적으로나 자율규제 상으로 확률 공개 의무가 없던 시기에 소비자의 알 권리 보장 차원에서 기업이 확률을 공개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전의 과거 확률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위법행위로 처분을 내린 것은 행정적 제재를 위해 준수해야 하는 '과잉금지원칙 내지 비례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황 교수는 "2024년 3월부터 게임산업법에 따라 반드시 확률을 공개해야 하는 게임 회사들에게는 잠재적인 법적 리스크를 야기하는 결과를 낳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번 처분은 확률공개 의무가 없던 시점에 공개되지 않은 모든 확률 변경 행위에 대해 처벌될 수 있음을 방증하는 결정으로 국내 게임산업 시장의 법적 안정성을 저해할 것으로 우려 된다"고 말했습니다.
 
넥슨 관계자는 "공정위의 소급처분은 한국의 게임산업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고, 콘텐츠 경쟁이 치열한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게임회사가 입을 피해는 예측하기조차 어렵다"고 미간을 찌푸렸습니다.
 
이어 "넥슨코리아는 공정위의 결정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면서도 "공정위 심사과정에서 저희의 소명이 충분히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이 있어, 의결서를 최종 전달받게 되면 면밀하게 살펴본 후 공정위에 이의신청을 하거나 사법부의 판단을 받는 방안 등을 검토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공정위는 "'큐브 확률 변경 히스토리 노출 범위를 최대한 숨기겠다'는 넥슨의 방침은 2021년 3월4일 확률 공개 이후에도 지속됐다"며 "3월 게임산업법 개정안 시행 이후 게임사가 공개한 확률형 아이템 정보가 거짓으로 의심돼 문체부가 추가 검증 등 조사를 의뢰할 경우 거짓·과장·기만적인 행위가 있는지 살펴보는 등 협업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넥슨의 확률 공개 의무 소급 적용 주장에 대해서는 "확률형 아이템의 구매 선택에 있어 중요한 요소인 확률을 불리하게 변경한 내용을 소비자에게 거짓으로 알리거나 기만적으로 제대로 알리지 않은 경우 법적 제재의 대상이 된다"며 "이에 따라 전자상거래법상 위반 행위는 법적 고지 의무가 있을 것을 전제하지 않으며, 실제로 지금까지 전자상거래법 위반으로 조치한 사례 중 법령상 고지 의무를 전제로 해 법 위반으로 판단한 사례도 전혀 없다"고 맞섰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이범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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