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보연 기자] 태영건설의 운명이 결정되는 '제1차 채권단협의회'가 11일 열리는데요. 태영건설 채권단은 태영그룹이 발표한 자구계획 등이 계획대로 이행된다는 전제로 워크아웃 개시를 사실상 확정했습니다. 다만 채권단이 대규모 추가 부실이 발견될 경우 워크아웃 절차를 중단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만큼 실사 과정에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 채무 규모가 어느정도로 나오느냐가 앞으로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자구안 이행시 워크아웃 개시 공감"
태영건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산은 본점에서 태영건설 주요 채권자 회의를 개최하고 태영건설이 전날 발표한 추가 자구 계획 등을 설명했다. (사진=뉴시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결정하는 제1차 채권자협의회는 11일 서면 결의 형식으로 진행되는데요. 워크아웃을 개시하려면 채권단 75%의 동의를 얻어야 합니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워크아웃이 개시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태영건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워크아웃 개시 결정을 하루 앞두고 여의도 산은 본점에서 태영건설 주요 채권자 회의를 개최했는데요. 이 자리에는 태영그룹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와 태영건설의 최고재무책임자도 참석해 추가 자구안을 설명하고 워크아웃 개시 필요성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날 회의에는 6개 은행과 새마을금고·농협·신협·저축은행중앙회, 여신금융협회 관계자가 참석했습니다. 이날 회의에서는 △태영건설과 태영그룹의 워크아웃 추진방안 발표 △산업은행의 진행경과 및 자구계획 상세 내용 설명 △채권단간 현안 사항에 대한 논의 등이 이뤄졌습니다.
산은은 "채권단은 긴밀한 논의를 통해 태영그룹과 태영건설이 확약한 자구 계획의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하고 11일 제1차 협의회에서 워크아웃 개시가 가결될 경우 자구 계획을 바탕으로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는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습니다.
태영건설은 "워크아웃이 개시되면 PF사업장 정상화를 위해 사업장별 진행 단계와 사업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PF대주단과 신속, 긴밀하게 처리방안을 수립하고 공공, 환경 등 경쟁력이 있는 사업 중심으로 재편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태영그룹은 전날 계열사 지분을 담보로 해 태영건설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을 추가 자구 계획의 일환으로 밝힌 바 있는데요. 구체적으로 태영그룹 지주사 티와이홀딩스는 SBS미디어넷 지분 95.3%, DMC미디어 지분 54.1%를 담보로 하는 리파이낸싱 또는 후순위 대출을 통해 기존 담보대출 760억 원을 초과하는 금액을 태영건설에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또 자구 계획들의 이행이 지연되거나 향후 태영건설에 추가로 유동성 부족 문제가 발생하면 계열주가 보유한 티와이홀딩스 지분 25.9% 및 티와이홀딩스가 보유한 SBS 지분 36.3%를 채권단에 담보로 제공하겠다고도 약속했습니다.
산은은 "채권단은 이러한 자구 계획이 계획대로 이행된다면 워크아웃 개시와 이후 실사 및 기업 개선 계획 수립 작업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단 점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주요 자산을 매각해야 하는 자구 계획의 특성상 계획 이행이 지연돼 실사 기간 중 부족 자금이 발생할 가능성을 논의하고 향후 대응 방안을 지속 협의해가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성공 여러 변수
태영그룹이 외상매출 담보 채권대출(외담대)미상환 문제로 채권단과 갈등을 빚은 바 있는만큼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사진-뉴시스)
채권단은 실사 과정에서 계열주와 태영그룹이 약속한 자구계획 중에 단 하나라도 지켜지지 않거나 대규모 추가 부실이 발견될 경우 워크아웃 절차를 중단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는데요. 워크아웃에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성공적인 워크아웃 완료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에코비트 매각 성사 여부와 우발채무 규모에 대한 인식차이는 걸림돌로 남아 있습니다. 종합환경기업인 에코비트는 기존 몸값이 3조원으로 알려졌지만 최근엔 2조원대로 거론되고 있어섭니다. 태영그룹이 글로벌 사모펀드(PEF)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공동 매각에 합의했다고 하더라도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제 몸값을 받고 매각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또 태영건설이 발표한 PF우발채무 규모에 대한 시각차이도 문제입니다. 태영건설은 브릿지보증 1조 2193억원, 분양률 75% 미만 본 PF보증 1조3066억원 등 총 2조5259억원을 우발채무로 분류했습니다. 이외에도 △책임준공 확약(3조5570억원) △SOC 사업보증(1조304억원) △본 PF 분양률 75%이상(1조769억원) △수분양자 중도금 보증(1조3142억원) 등은 제외했는데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어있는 상황에서 책임준공 확약 사업 또한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평가입니다. 태영그룹이 외상매출 담보 채권대출(외담대) 미상환 문제로 채권단과 갈등을 빚은 바 있는 만큼 워크아웃 과정에서 자구안을 제대로 이행할지 여부도 관건으로 남아 있습니다.
태영건설의 기업재무구조개선(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결정하는 제1차 채권단 협의회를 하루 앞둔 10일 주요 채권자들은 전날 태영그룹이 발표한 자구안에 대해 "워크아웃 개시 및 이후 작업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사진=뉴시스)
김보연 기자 boye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