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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앱 전략, 원칙 없이 '재탕·삼탕'
디지털 경쟁력 강화 전략 발표
입력 : 2024-01-11 오후 2:08:09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우리금융지주가 슈퍼 앱 출시 등을 앞세운 디지털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지만 과거 실패했던 전략의 재탕·삼탕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다른 금융사와 차별화한 강점 없이 경쟁사 모델을 벤치마킹하는 것에 급급한 데다 경영진 교체시 디지털 신사업이 지속될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도 여전합니다.
 
우리금융은 11일 옥일진 디지털혁신부문 부사장 주재로 '디지털 경쟁력 강화를 위한 IT 거버넌스 개편' 간담회를 개최했습니다. 우리금융 IT 자회사인 우리IFS가 수행해온 업무를 우리은행과 우리카드로 편입시키는 내용의 거버넌스 개편과 디지털 사업 추진 방향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우선 우리FIS가 위탁받아 수행해오던 IT개발운영 업무를 우리은행과 우리카드가 직접 수행하는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인데요. 우리금융은 IT 거버넌스 개편에 따른 기대감으로 개발기간 최대 50% 단축과 연간 150억원 비용 절감, 현업 직원의 IT역량 향상 등을 꼽았습니다.
 
이미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 등 타 금융지주들이 계열사 IT업무 직접 수행 모델을 택하고 있는데요. 우리금융은 새 IT체제를 가동한지 일주일이 경과한 현재가지 전산사고나 장애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자평했습니다.
 
우리금융은 무장애·무결점 IT시스템을 지향하겠다고 밝혔지만, IT 거버넌스 개편과 전산사고 방지는 연관성이 떨어진다는 게 업계 평가입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전산사고 발생시 은행이나 카드사가 직접 장애 대응을 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면서도 "관련 IT 조직을 금융사로 직접 가져오는 게 사후처리 효율화를 위한 것이지 전산사고 방지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옥일진 우리금융지주 디지털혁신부문 부사장이 11일 '디지털 경쟁력 강화를 위한 IT 거버넌스 개편' 기자간담회에서 디지털 전략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우리금융은 향후 디지털 신사업 관련해서는 오는 11월 슈퍼앱 '뉴원(NEW WON)'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슈퍼앱은 은행, 비은행 계열사의 핵심서비스를 하나의 앱에서 제공하는 것을 말하는데요.
최근 금융지주사들이 하나의 앱으로 자회사 서비스 등 다양한 기능을 탑재한 '슈퍼앱'을 만든 것과 별다르지 않습니다. 신한금융은 지난달 출시한 '신한 슈퍼쏠(SOL)'을 출시했고, 앞서 KB금융과 하나금융도 각각 '하나원큐'와 'KB스타뱅킹'라는 슈퍼앱을 구축한바 있습니다.
 
밖에서 보기엔 그저 따라하기로 보이는 게 사실인데요. 우리금융으로서는 기존 은행 앱인 '우리WON뱅킹'을 슈퍼앱으로 탈바꿈하며 큰 변화를 주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다만 타 금융지주사는 주력 계열사인 은행을 중심으로 카드와 증권, 보험, 저축은행 등 계열사 금융앱 파워를 활용한 반면 우리금융의 경우 현재 카드사, 캐피탈, 종금사 외 이렇다 할 비은행 계열사가 없어 시너지 효과는 크지 않을 전망입니다. 
 
우리금융은 타 금융사와 차별화하는 강점으로 생성형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을 활용하겠다고 밝혔는데요. 금융특화 AI챗봇 'AI 뱅커'를 내세워 은행 직원과 동일 수준의 예금 상품 상담을 진행하겠다는 내용입니다. 다만 과거 우리금융이 카카오톡 대항마로 야심차게 출시한 '위비톡'과 판박이 인데요. 위비톡 대신 AI 뱅커로 이름만 바꾼 셈입니다. 
 
우리금융은 위비 브랜드를 앞세운 위비뱅크 관련 사업을 중단됐고, 현재 '우리원(WON)뱅킹' 재구축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우리금융은 사업 중단 배경을 두고 사업성 부진을 이유로 들었지만 내부에서는 전임 최고경영자(CEO) 흔적 지우기에 따라 디지털 거버넌스가 전면 수정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CEO 교체 때마다 디지털 신사업이 교체되는 상황이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도 여전합니다. 옥일진 부사장은 "위비톡이 당시 굉장히 혁신적이었고 지속적으로 운영했다면 고객에 각인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우리금융이) 민영화 된 만큼 중단 없이 구준히 추진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우리금융은 디지털 전략 개편으로 비이자이익을 개선하겠다고 밝혔지만 뚜렷한 수치는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싱가포르개발은행(DBS)이 IT 운영방식을 자체수행으로 전환한 이후 시가총액이 2.2배 오른 사례를 제시하기도 했는데요. 옥 부사장은 "비이자이익이 다양한 금융업무에서 창출되는 만큼 구체적으로 얼마가 느는지 만큼 느는지 수치는 제시하기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우리금융지주는 11일 옥일진 디지털혁신부문 부사장 주재로 '디지털 경쟁력 강화를 위한 IT 거버넌스 개편' 간담회를 개최했다. 서울 중구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 (사진=연합뉴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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