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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주인 찾아 나선 11번가…아마존·알리·큐텐 '거론'
SK스퀘어 '콜옵션' 행사 포기
입력 : 2024-01-12 오후 3:53:25
 
[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국내 주요 전자상거래업체 중 하나인 11번가가 강제매각 수순에 돌입했습니다.
 
대주주인 SK스퀘어가 재무적 투자자(FI) 보유 지분을 다시 사들이는 '콜옵션' 행사를 포기함에 따라 FI가 직접 매각 작업에 나서게 된 것인데요.
 
이커머스 업황 흐름이 좋지 않아 순조로운 매각을 확신하긴 어렵지만, 11번가만의 콘텐츠 정체성이 뚜렷하고 매각 희망가가 5000억원 수준까지 낮아진 점은 인수 후보 입장에서 변수라는 분석입니다.
 
강제매각 수순 돌입한 11번가…매각 희망가 5000억원 수준
 
12일 업계에 따르면 11번가의 FI인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은 최근 매각 주관사로 씨티글로벌마켓증권과 삼정KPMG를 선정했습니다.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은 국민연금, 새마을금고, 사모펀드 운용사인 에이치앤큐(H&Q) 코리아 등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앞서 2018년 11번가는 나일홀딩스로부터 5년 내 기업공개(IPO)를 조건으로 약 5000억원을 투자 받은 바 있는데요. 이후 영업손실 지속, 이커머스 시장 경쟁 격화 등 여파로 투자금 회수 기일 내 IPO가 무산되면서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이에 11번가의 대주주인 SK스퀘어가 콜옵션 행사를 포기함에 따라 FI는 직접 투자금 회수에 나서게 됐습니다.
 
FI는 SK스퀘어가 보유한 11번가 지분 80.26%까지 모두 모아 매각할 수 있는 '동반매도요구권(Drag-along)'을 행사할 수 있는데요. 매각 방식은 FI가 자금을 먼저 회수하는 워터폴(Waterfall)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11번가의 매각 희망가는 5000억~6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실 이는 2018년 당시 3조원 수준에 달했던 기업가치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준인데요. 그만큼 FI가 투자 원금만 회수해 나가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사실 11번가는 5년 전보다 기업 가치가 크게 떨어졌지만, 지난해 실적은 나름 양호한 흐름을 보였습니다.
 
11번가의 지난해 1~3분기 매출액은 601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6% 증가했고, 영업손실은 910억원으로 14.1% 감소했습니다.
 
일단 11번가는 원활한 매각 작업을 위한 사전 작업에 들어갔다는 것이 업계 시각인데요.
 
11번가는 지난해 말 창립 이래 처음으로 만 35세 이상 직원 중 근속 연수 5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습니다.
 
또 10년 이상 실시했던 '티켓11번가' 서비스를 이달 1일 종료하고, 해외 이커머스 시장 확장성에 주목해 '글로벌11번가' 서비스를 오는 16일 도입하는 등 수익성 개선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11번가는 내년 '실적 턴어라운드'를 선언하고 이달 11일 전사 타운홀 미팅을 통해 '수익성 개선'이라는 목표를 재확인했는데요.
 
안정은 11번가 사장은 "꾸준한 수익성 개선 기조 아래 지난해 영업손실을 줄이는 데 성공했고, 특히 오픈마켓 사업은 지난달 상각전 영업이익(EBITDA) 기준 흑자를 기록했다"며 "커머스 경쟁력 강화에 더욱 집중하고 사업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한 효율 개선 노력을 병행해 올해 오픈마켓 사업의 연간 흑자를 달성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아마존·알리·큐텐 '인수 물망'
 
현재 인수 가능 업체로는 미국 '아마존', 중국 '알리바바', 싱가포르 '티몬' 등 주로 글로벌 기업들이 거론되는 상황입니다.
 
특히 지난해 11번가 지분 인수를 두고 막판까지 협상에 나섰던 큐텐이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높은데요.
 
티몬, 인터파크, 위메프 등을 인수하며 덩치를 키우고 있는 큐텐은 지난해 11번가의 기업가치를 1조원 안팎으로 잠정 거론한 바 있습니다.
 
이미 지분 투자 협상 과정에서 법무·재무 실사 자료까지 확보돼 있고, 현재 매각 희망가도 5000억원 수준으로 낮아졌기에 재협상에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분석입니다.
 
아울러 11번가와 전략적 제휴 관계에 있는 아마존과 국내 시장 확장에 나선 알리바바도 유력 인수 후보로 꼽힙니다.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 업체들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국내 시장도 포화 상태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어, 11번가의 인수를 확신하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하지만 11번가의 경우 '슈팅 배송', '십일절' 등 정체성이 뚜렷한 콘텐츠가 많고 오랜 기간 쌓아온 브랜드 인지도로 인해 고객의 충성도도 높은 채널로, 여전히 시장에서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특히 매각 희망가가 낮아진 점은 인수 주체 입장에서 구미가 당길만한 요소"라고 덧붙였습니다.
 
11번가 CI. (자료=11번가)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김충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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