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고은하 기자] 올해부터 바이오와 인공지능(AI), 양자 기업 등이 초격차 기술 특례로 상장의 문턱이 낮아졌지만, 시행 절차의 미비로 연초부터 표류하고 있습니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초격차 기술특례상장은 12대 국가기술전략 핵심기술 분야 기업 중 기술력과 성장 잠재력으로 판단되는 기업에 기술평가 항목을 복수에서 단수로 간소화하는 제도입니다.
다만 이달 시행 예정이었던 제도는 시행 절차의 미비로 1분기에 기술 평가를 받을 수 없게 됐습니다. 초격차 기술특례상장을 노리는 기업(기술육성주체)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 자사 기술이 국가전략기술에 해당하는지를 받아야 합니다. 이를 신청하려면 과기정통부 장관이 고시하는 '국가전략기술 확인신청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현재 세부절차가 아직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과기정통부 측은 "고시 개정 등으로 시간이 걸리고 있다"면서 "1분기 내 절차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기존 바이오 기업들이 상장하기 위해 사용했던 제도인 '기술특례상장 제도'는 기술성 평가를 통과하기 위해선 전문평가기관 2곳에서 A 등급과 BBB 등급 이상을 받아야 했습니다. 이번에 신설된 초격차 기술 특례 제도는 한 곳에서 A 등급을 받아도 기술성 평가를 통과할 수 있습니다.
바이오업계에선
제일약품(271980)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가 코스닥 기술특례 상장을 위한 기술 평가에서 나이스평가정보와 한국발명진흥회로부터 각각 A, BBB 등급을 받아 통과했습니다. 디앤디파마텍은 기술성장 특례 요건으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기 위해 기관 투자자 수요예측 등 공모 절차에 돌입합니다.
앞서 특례상장제도는 2015년 이후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가 2017년 전후 성장성 요건 상장으로 다양화되고 있습니다. 2018년 특례상장 기업은 21개를 기록했고, △2019년 22건 △2020년 25건 △2021년 31건 등으로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지난 18년간 총 171개사가 특례상장 제도를 이용해 증시에 입성했습니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자본력은 부족하지만 기술 성과가 기대되는 기업이 자금조달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면서도 "다만 투자자 보호가 될 수 있는 메커니즘 형성이 관건"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상장 후에도 기술 공시 부분을 엄격하게 해 투자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아야 한다. 상장 주관사와 기관 투자자의 게이트 키핑의 역할이 중요하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번 제도의 요건 완화에 대해선 "기본 요건을 완화한 상태로 일단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IT 버블 당시 재무 요건을 엄격하게 요구해 자금 조달이 필요한 기업이 자금조달 채널로 IPO 시장에 진입하지 못했다. 투자자 보호 아래에 시기에 따라 적절히 제도를 운용해야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상임부회장은 "혁신 기술을 가진 기업이 기술 상장의 원래 취지대로 기술 상장을 할 수 있어 재정적인 부분에서 자유로울 수가 있다"면서도 "기술 상장하고 나서 상장 유지 조건을 보완해야 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해당 기업이 기술 특례 상장으로 상장 후엔 상장 유지 조건으로는 5년 안에 매출액 30억원을 맞춰야 합니다. 기업들은 보통 2년 이후부터 준비하는데 상장 조건도 중요하지만 상장 유지 조건도 합리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겁니다.
이 부회장은 무분별한 상장 가능성에 대해선 "시장의 난립 가능성에 대해서 제도를 원천봉쇄하는 것보단 방지하는 부분이 중요하다"라며 "공시 의무의 엄격화와 시세 조정에 관한 문제가 생겼을 시 법적 처벌의 강도를 높여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한국거래소 전경. (사진=뉴시스)
고은하 기자 eunh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