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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체면 구긴 이호진 사면…태광, 투자·일자리 약속도 역행
복수의 고발 건에도 사면…사건 조사 불거져
입력 : 2024-01-22 오후 3:52:21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다시 경찰 조사를 받으며 부실 사면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사면 전 약속했던 그룹 투자도 이행 실적이 미진합니다. 주력 회사인 태광산업은 오히려 직원이 줄며 일자리 창출 계획도 역행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황제보석 등 부정적 여론에도 사면을 강행했던 윤석열 대통령의 경제활성화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투자 약속 또한 공수표가 될 처지입니다.
 
 
거꾸로 줄어든 고용 숫자
 
22일 태광그룹과 재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이 전 회장이 사면 대상에 올랐을 때 현재 경찰 조사 중인 혐의 중 상당 부분은 이미 노출된 상태였습니다. 김치·와인 일감몰아주기 의혹에다, 협력사에 대한 골프장 회원권 강매 혐의 모두 고발된 이후였습니다. 여러 고발 건으로 재차 기소될 염려가 있음에도 윤 대통령과 법무부는 부담을 무릅쓰고 사면을 진행시켰습니다. 뒤탈이 현실화 됐습니다. 지난 주말인 20일 이 전 회장은 경찰에 비공개로 소환돼 조사를 받았습니다. 직원계좌를 이용해 비자금을 조성하고 계열사의 공사금을 유용한 혐의가 추가됐습니다.
 
일각에선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로 수사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었습니다. 결국, 평일이 아닌 주말 비공개 소환 역시 언론 조명을 피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낳았습니다. 부적절한 사면에 따른 대통령실 부담도 고려됐을 수 있습니다. 이 전 회장 사면에 대해 그간 시민단체 등은 기업에 손해를 끼친 경영자를 배제하기 위한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취업제한 취지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반해 대통령이 내세운 명분은 경제활성화였는데 그마저도 부실합니다.
 
앞서 지난 2022년 12월19일 태광그룹은 10년간 총 12조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와 7000명의 신규 일자리 창출에 나선다고 발표했습니다. 1950년 그룹 창립 이래 가장 큰 투자 규모였습니다. 당시 신년 특사를 앞둔 발표라 정부 눈치를 살폈다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이 전 회장은 비록 신년 특사에선 불발됐지만 이어진 광복절 특사에서 명단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투자이행 실적은 되레 사면 전보다 부진합니다. 태광그룹은 12조원 중 특히 태광산업에 8조원을 5년간 집중 투자하기로 했습니다. 2023년부터 2027년까지 8조원 투자 실적을 달성하려면 매년 1조원씩 투자해도 모자랍니다. 그런데 정작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태광산업의 시설투자비(유형자산 취득금)는 474억여원에 그쳤습니다. 투자계획 8조원 중 1%(0.59%)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더욱이 전년 동기 수치 489억여원보다도 줄었습니다.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했지만 평년 고정비 투자 수준이었던 셈입니다. 
 
계속되는 태광그룹 동일인 문제
 
화학산업 수요 부진 탓에 태광산업이 매분기 적자를 내는 상황이라 투자할 현금도 부족합니다. 지난해 3분기말 현금성자산은 4805억원인데 전년 동기 6251억원보다 줄었습니다. 그 여파에 일자리 약속도 역행했습니다. 태광산업의 직원 수는 986명입니다. 전년 동기 1348명에서 362명(26.8%)이나 감소했습니다. 태광그룹 금융 계열사도 2조원 투자를 약속했지만 신종자본증권 이슈가 있었던 흥국생명의 경우 작년 반기말 직원이 572명으로 1년 새 48명(7.3%) 줄었습니다.
 
화학 업황이 중국발 대규모 증산에 따른 구조적 문제인 데다 누적적자로 현금이 부족한 터라 태광그룹이 남은 기간 투자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회의적이란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이 전 회장의 사법 리스크는 그룹 지배구조를 바꿀 변수로도 작용하고 있습니다. 기업 브랜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뿐만 아니라 금산결합집단의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부담을 지우고 있습니다. 과거 이 전 회장이 횡령, 조세포탈 등으로 실형을 받자 금융위원회는 상호저축은행법상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이 전 회장 등이 보유한 고려저축은행 지분 일부를 처분하라고 명령했습니다. 태광그룹은 이에 반대하는 행정소송에서 승소해 처분을 면했으나, 금융위가 지난해 다시 처분 명령을 내려 행정소송이 두 번째 진행 중입니다. 태광그룹이 1심에서 패소했고 2심에 항소했습니다. 만약 이 전 회장의 새로운 혐의가 추가된다면 저축은행을 넘어 다른 금융계열사까지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번질 수 있습니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에서 금산분리 완화 논의가 활발한 와중에 태광그룹에서 불거진 동일인 문제가 금융사 지배구조에 나쁜 선례를 남겨 재계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태광그룹 측은 해당 내용들에 대해 특별한 반박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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