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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 규제강화 전 '막차' 주의…금호에이치티, 헐레벌떡 리픽싱
리픽싱 한도 도달했는데…유증으로 전환가 36% 추가 조정
입력 : 2024-01-26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금융위원회가 전환사채(CB)의 전환가액 조정(리픽싱) 기준을 강화하기로 하면서 제도 시행 전 막차 CB 발행이 쏟아질 수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됩니다. 상장기업들이 제도 시행 전 유리한 조건을 내세워 미리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서입니다. 앞서 금융위가 CB 등 메자닌의 상향리픽싱을 의무화했을 당시에도 기업들의 막차 탑승이 급증한 바 있습니다.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호에이치티(214330)는 최근 11회차, 12회차 CB의 전환가액을 모두 650원으로 조정했습니다. 리픽싱 전 전환가액은 11회차 1018원, 12회차 713원이었는데요. 11회차 CB의 경우 리픽싱 한번으로 주식 전환가액이 36.1%나 낮아졌습니다.
 
(표=뉴스토마토)
 
금호에이치티의 11회차 CB는 금호에이치티가 지난 2021년 코넥스 상장사 다이노나를 흡수합병하면서 가져온 다이노나의 CB입니다. 해당 CB는 합병 전에 이미 전환가액이 리픽싱 한도까지 조정됐습니다. 더 이상 전환가액을 내릴 수 없었던 CB입니다.
 
그런데도 금호에이치티가 해당 CB의 전환가액을 낮출 수 있었던 것은 해당 CB가 주식으로 전환되기 전에 진행된 유상증자 때문입니다. 금호에이치티는 지난 11월27일 50억원 규모의 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고, 지난 22일 해당 자금납입이 완료됐습니다. 
 
CB에는 주식전환 또는 상환 전에 전환가액보다 낮은 가격에 신주를 발행할 경우 전환가액도 함께 조정할 수 있는 리픽싱 조항이 있습니다. 신주발행에 따른 전환가액 조정은 통상 발행하는 주식수와 발행가액에 비례해서 이뤄지는데요. 금호에이치티의 CB의 경우 특별한 조항이 또 있습니다. CB 전환청구 전 시가를 하회하는 신주를 발행할 경우 해당 CB의 전환가액도 그 발행가격에 맞춰 조정한다는 조항입니다. 
 
금호에이치티의 11, 12회차 CB의 전환가액이 급격히 낮아진 것도 해당 특약 덕분입니다. 금호에이치티의 3자배정 유증가격은 기준가(698원)에 6.9%의 할인을 적용해 650원에 결정됐습니다. CB 전환 전에 기준가보다 낮은 유증을 통해 기존 CB들의 전환가액이 낮아진 것입니다. 
 
현행 리픽싱 규정에서는 증자 등으로 전환권의 가치가 희석되는 경우 발행기업이 이사회 결의로 자유롭게 조정 방법을 정할 수 있습니다. 금호에이치티의 특약조항 역시 이에 근거합니다.
 
업계에선 금융위의 CB리픽싱 규정 강화로 제도가 시행되기 전에 기존의 조항을 적용한 CB 발행과 리픽싱을 위한 유상증자가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금융위는 지난 23일 CB 시장 불공정거래를 막기 위해 과도한 리픽싱을 방지하는 내용의 제도개선 예고했습니다.
 
리픽싱 규제 강화에는 △리픽싱 최저한도(최초 전환가액의 70%) 예외 적용 제한 △신주발행에 따른 과도한 전환가액 조정 제한 △CB 전환가액 산정 기준일 규정 등이 포함됐는데요. 이중 신주발행에 따른 리픽싱 규제는 발행신주의 희석 효과를 반영한 가액보다 높게 리픽싱하도록 규정했습니다. 특약조항을 통해 리픽싱 한도를 피해갔던 상장사들의 사례를 일종의 편법으로 본 셈입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앞서 지난 2021년 말 CB 상향 리픽싱 의무화를 앞두고 CB를 발행하려는 막차 수요가 급격히 늘면서 발행 규모가 2배가량 증가했다”면서 “이번 리픽싱 규제에서도 새로운 제도 시행 전에 CB 발행이 급증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그는 이어 “통상 유증엔 10%가량 할인율이 적용되는 만큼 해당 조항을 담은 리픽싱은 주식가치를 더 많이 희석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표=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박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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