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자신에게 일어나는 자극과 그것에 대한 반응 사이에서 반응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 즉 권한을 확보했던 것이다."
'죽음의 수용소'라는 책의 한 구절입니다. 저자는 유대인들의 도살장으로 알려진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유대인 정신과 의사, 빅터 프랭클인데요. 자극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냐에 따라 우리 삶이 결정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사람을 많이 알아갈수록 세상에는 참 다양한 사람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똑같은 행동을 해도 사람의 반응은 참 가지각색입니다. 여자의 눈물에 남자는 한없이 약해진다는 말이 있지요. 돌이켜보면 똑같이 울었는데도 어떤 남자는 어쩔줄 모른 채 달래주는가 하면, 어떤 남자는 불같이 화를 냈습니다. 불같이 화를 내는 남자는 나중에 알고 보니 심각한 나르시시스트더라고요. 나는 좋은 사람인데 상대에게서 부정적 반응이 나오는 것을 참을 수가 없는 겁니다. 나중에 주변으로부터 헤어지길 천만다행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세상사 대부분이 자극과 그에 대한 반응으로 이뤄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습니다. 우리가 하는 일의 대부분도 마찬가지인데요. 기자 입장에서 보면 자신이 쓴 기사에 대한 업계의 반응을 늘 주시하게 됩니다. 그리고 기사에 대한 기업의 반응도 기업 규모별로, 분야별로 참 다양한 것 같습니다.
우선 전면에 나서는 산업일 경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 일쑤입니다. 주로 B2C 분야인 유통, 식품, 금융 등의 분야입니다. 소비자가 직접 체감하기 쉽다보니 홍보인 입장에서는 가장 힘든 분야입니다. 예전에 한 취재원은 "금융지주 홍보는 정말 극한직업"이라며 "행장이 '활짝 웃었다'는 내용의 기사만 나가도 난리가 난다"고 토로한 적이 있었습니다. 웃는다는 표현 자체가 없어보인다는 거죠.
어떤 취재원은 "OOO 기자는 참 약았어요"라고 하길래 "어떤 면에서요?"라고 물었더니 "밥 먹는데 일 얘기를 하거든요. 계산적이잖아요"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금융권 홍보인을 만나면 식사 자리에서도 일 얘기를 하기가 어렵고 괜히 미안했던 기억이 납니다.
반대로 전면에 나서지 않는 산업일 경우 홍보 담당자가 참 호탕했던 것 같습니다. 업의 사이클이 길고 성과가 나오기까지도 시간이 걸리다보니 당장 얘기해 줄 게 없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늘 뭐라도 얘기 해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에서 인간미(?)가 느껴지기도 했는데요. 설사 부정 기사가 나간다 해도 그동안 못 해준 게 많아서인지 아무렇지 않게 대해 주더라고요. 물론 B2B는 파급력이 수용자의 피부에 직접 와닿지 않는 덕도 있겠지요.
엔터 분야는 방송, 미디어, 영화, 연예 기획사 등 다양한 분야가 있는데요. 전반적으로 언론을 동종 업계로 인식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기자를 굉장히 살갑게 대하지만 한편으로는 '식구끼리 왜 이래'하는 분위기가 있지요.
같은 단어에 대한 검사와 변호사의 반응도 재미있습니다. 우스갯소리로 검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을 범죄자로 대한다는 말이 있지요. '의혹'이라는 단어가 붙은 기사 제목을 두고도 변호사는 그러다 소송당한다는 반응인 반면, 검사는 단정짓지 않고 의심한다는 의미인데 뭐가 문제냐는 반응이었습니다.
(사진=픽사베이)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