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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TX 대형 호재에도 힘 못쓰는 건설주
4대강사업 2~3배 돈 투입하는데 주가는 딴판
입력 : 2024-01-27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정부가 대폭 확대된 수도권광역철도(GTX) 사업을 발표했음에도 건설주들은 뜨뜻미지근한 반응입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악재에 눌려 기를 펴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지난 25일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GTX 사업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기존에 추진 중이던 GTX-A, B, C 노선을 각각 평택, 춘천, 동두천과 천안·아산까지 연장하고, D(인천-김포-남양주-원주를 잇는 D 노선과, 인천-서울 강북-구리-남양주의 E 노선, 수도권 순환선인 F 노선을 추가로 건설하는 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GTX 외에도 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 대전-세종-충청, 광주-전남 등 4개 대도시권에 건설할 광역급행철도 x-TX 계획도 나왔습니다. 윤 대통령은 광역급행철도를 통해 수도권은 30분 출퇴근, 지방은 메가시티 1시간 생활권을 조성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업규모 크지만 '미심쩍어'
 
GTX 계획은 기존에 추진하던 것보다 대폭 확대, 확장된 내용입니다, 실제 착공에 들어간다면 건설·부동산 업계에 큰 일감을 안겨줄 대형 호재인 것은 분명합니다. 
 
GTX는 민간재원을 포함해 38조6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대형 토목사업이고, x-TX 사업 규모도 18조4000억원이 예상됩니다. 또한 이미 발표된 철도와 고속도로 지하화 사업엔 65조2000억원이 투입될 예정입니다. 이명박 정부에서 진행했던 핵심 4대강 정비사업이 22조원 규모였던 사실을 참고하면 이번에 발표된 토목사업의 체급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만합니다. 
 
물론 이 돈이 일시에 투입되는 것은 아닙니다. GTX A노선이 현재 공사 중이고 C노선은 작년에 착공했으며 B노선은 올해 공사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이중 A노선이 올해 일부 구간을 개통할 예정이고 C노선은 2028년을 개통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D, E, F 노선은 2035년으로 멀리 잡혀 있습니다. 
 
정부 주도의 대형 토목공사가 늦어지는 경우는 많아도 앞당겨지는 경우는 드물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은 먼 얘깁니다. 이번에 추가된 노선의 공사도 한참 뒤에나 진행될 예정이어서 건설에 참여한 기업들도 당장 큰 수혜를 받는 것은 아닙니다. 
 
건설주들이 대형 호재에도 반응하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경기 의정부시청 다목적체육관에서 열린 GTX-C 착공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는 모습.(사진=뉴시스)
 
 
또한 이번 정부의 발표가 오는 4월10일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급조됐다는 의심을 받고 있어 과연 이 노선들이 전부 공사를 시작할 수 있을지 신뢰도도 부족합니다. 일단 예비타당성 조사부터 통과하는 게 먼저인데 윤 대통령은 임기 내 예타 조사를 마치겠다고 밝혔습니다. 
 
출발 단계부터 미심쩍어 사업을 진행하는 동안에도 많은 논란을 빚을 확률이 높습니다. 그러다 특정 노선이 좌초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통과돼도 언제 시작할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 모든 우려보다 사업 규모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클 텐데 GTX 사업이 발표된 25일 증시의 반응은 시원찮았습니다. 대형 건설주들은 1~2%대 상승에 그쳐 대형 호재의 이름값에 걸맞지 않은 결과를 보인 것입니다. 26일 하루 늦게 전체 주식시장의 반등과 함께 추가 상승했지만 시장 평균 수준의 오름폭이었습니다. 
 
정부의 군불 때기가 특별한 효과를 보지 못한 사례는 최근에도 있었습니다. 지난 12월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즉 1기 신도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1기신도시 특별법은 아파트 재건축에 필요한 안전진단을 면제하고 용적률을 높여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적용 대상은 20년 넘은 100만㎡ 이상 면적의 택지개발지구로, 수도권 1기 신도시는 물론 전국 51개 지역 103만가구가 이에 해당합니다.
 
건설사로서는 103만가구 이상의 아파트 공급 일감이 생기는 호재인데도 건설주들의 주가는 12월 한 달 내내 하락했습니다. 정부는 1기 신도시 특별법에 추가로 지방 아파트 구입 시 중과세를 배제하는 지원책을 포함한 1.10대책을 내놓았지만 이때에도 건설주들의 방향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결국 분양성적에 달렸다…신반포메이플자이, 양극화만 부각될까 
 
결국 지금의 건설·부동산 시장은, 아파트 시세 하락과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으로 대변되는 부동산 PF의 심각성에 의해 압도돼 그 어떤 호재도 약발이 듣지 않는 상태로 해석됩니다. 
 
직접적으론 건축비 상승으로 각 분양 사업장의 사업성이 크게 떨어진 것이 문제입니다. 서울과 수도권에서 공급되는 분양도 미분양이 발생하는 등 분위기가 나빠지고 있는데, 지방 사업장은 심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부실화되는 사업장이 계속 늘어날 전망입니다. 
 
청약홈에 따르면, 작년 12월 한 달간 전국에서 분양한 41개 단지 중 청약경쟁률이 두 자릿수를 넘은 8곳에 불과합니다. 한 자릿수 경쟁률은 6곳입니다. 둘을 합친 것보다 미분양 단지가 17곳으로 더 많습니다. 또 두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했다고 해도 실제 계약으로 이어져 완판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습니다.
 
이제 아파트 시세 하락은 수도권에서도 뚜렷하게 포착되고 있습니다. 아무리 실수요자라고 해도 시세 상승에 대한 기대 없이는 지금의 고분양가를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건설사는 미분양이 발생하면 미청구공사 및 미수금으로 잡혀 유동성 부담이 커집니다. 건설사별로 이 부담을 견딜 수 있는 체력을 갖추고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게 평가받는 시기입니다. 정부도 부실 사업장은 과감하게 정리하라는 분위기입니다. 상당한 규모의 충당부채를 감수해야 할 전망입니다.
 
건설사들이 PF에 짓눌려 있어 건설주에 대한 증권업계의 눈높이도 내려가는 중입니다. 건설주뿐 아니라 시멘트, 철근 등 건자재 업체들도 동반 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다만, 알고 보면 PF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건설사도 있습니다. DL이앤씨는 우발채무가 3000억원 수준에 불과하고, 현금성 자산 2조원, 순현금이 1조원을 넘어 PF 리스크 관리가 가능해 보입니다. 영업이익이 연간 5000억원 수준이며 4분기 실적도 좋았습니다, 하나증권은 DL이앤씨를 톱픽으로 추천했습니다. HDC현대산업개발도 미착공 우발부채가 적은 편입니다. 미착공 PF는 2570억원 규모로 본PF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런 가운데 올해 분양시장의 분위기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분양이 이어질 전망입니다. 신반포4지구를 재건축하는 신반포메이플자이가 2월5일 특별공급을 시작으로 분양에 돌입합니다. 일반분양 물건이 전용면적 59㎡ 이하 평형밖에 없고 분양가도 17억원에 달하지만 로또 분양으로 여겨집니다. 또한 상반기 중에 강남권에서 재건축 분양이 이어질 예정이어서 일종의 중간점검이 가능할 전망입니다. 분위기 반전이 가능할지 아니면 양극화만 부각될 지 주목됩니다. 
 
다른 한편으론 지난해와 올해 건설사들의 착공이 크게 줄고 있다는 점도 실수요자들이 눈여겨볼 부분입니다. 매입시기를 타진하는 데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김창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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