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조선업계에서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조선소의 안전시스템이 붕괴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사망한 노동자 모두 하청업체 소속인 점에서 조선소 내 '위험의 외주화'가 여전하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29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연초부터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에서 하청 노동자들의 중대재해 비보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한화오션에서는 지난 24일 하청업체 소속 30대 노동자가 옥포조선소 E안벽에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 노동자는 이물질 제거를 위해 잠수 작업을 하던 중 의식을 잃은 상태로 발견됐고, 곧 바로 응급실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을 거뒀습니다.
한화오션 옥포조선소에서는 지난 12일에도 선박 방향타 제작 공장에서 폭발 사고로 하청업체 소속 20대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 사건 이후 2주도 안돼서 한화오션에서 또 한명의 사망자가 나온겁니다. 업계 관계자는 "사망사고가 발생한지 12일만에 또 끔찍한 사고가 일어나 안전시스템이 붕괴됐다고 본다"며 "안전 분야를 A부터 Z까지 모두 철저히 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중대재해없는 세상 만들기 경남본부 관계자들이 지난 26일 고용노동부 통영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실질적 경영책임자의 구속수사를 촉구하고 있는 모습. (사진=금속노조)
한화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뒤 위험 관리시스템이 퇴보했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금속노조 중대재해없는 세상 만들기 경남본부는 지난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중재재해는 한화오션의 안전보건관리시스템의 현주소를 보여준다"며 "노동부 통영지청이 한화오션에 대해 전면 작업 중지하고, 전 사업장 안전보건시스템을 포함한 특별 근로 감독을 당장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조선업 노동자 사망 사건은 연달아 발생하는 중입니다. 삼성중공업 조선소에서는 지난 18일 하청업체 소속 60대 노동자가 용접 작업을 위해 이동 중 선박 내부 계단에서 굴러떨어지는 사고로 사망했습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거제 소재에 조선소가 있는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이 함께 안전 분야 컨설팅을 요청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조언했습니다.
노동계에서는 조선소 내 중대재해 원인을 위험의 외주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조선업계 내 고질적인 문제인 다단계 하도급 구조와 위험의 외주가 원인"이라며 "조선업 인명 사고는 안전 관리를 책임져야 할 원청이 책임을 하청에 떠넘겨 집중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노동부가 근로감독과 안전보건진단을 실시해 예방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화오션 옥포조선소. (사진=한화오션)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