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한국게임학회가 게임물 관리 위원회의 게임물 등급분류 권한을 민간 기관인 게임 콘텐츠 등급 분류 위원회(GCRB)로 이관하는 정부 방침에 우려한다고 5일 밝혔습니다.
GCRB는 전체 이용가부터 15세 이용가 PC·콘솔 게임물의 등급 분류를 정부로부터 위탁받아 대행하는 민간 등급 분류 기관입니다. 앞서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달 30일 게임물 등급분류 권한을 단계적으로 민간에 완전히 이관하고 게임물 관리 위원회는 사후관리, 일부 사행성·아케이드 게임만 담당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날 한국게임학회는 성명서를 내고 "민간 기관과의 재계약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시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기는 식의 계획안을 성급하게 발표한 이유는 무엇이냐"며 "GCRB를 통한 등급분류 위탁계약은 2019년 11월에 재지정돼 2024년 말에 끝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지금은 정부가 GCRB의 대행 업무를 평가하고 재계약 여부를 결정하는 시기"라며 "연장 계약이 되지도 않은 시점에서 추가적인 역할을 부여하겠다는, 더구나 학계, 이용자 등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성급한 발표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학회는 "이런 민간 기구에 의한 확률형 아이템 자율적 정보 공개는 확률 조작이나 객관적이고 투명한 정보 공개라는 측면에서 아무런 성과를 만들지 못했고, 결국 작년 입법에 의해 정보 공개가 강제됐다"며 "
엔씨소프트(036570)가 자율적 확률 정보 공개 당시 JPG 라는 그림 파일로 아이템 확률 정보를 공개해 이용자의 극심한 비난을 샀던 것은 대표적인 사례"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업계의 압력이나 유착을 벗어나 공정하게 문제를 담당할 수 있는 민간 기관에 대한 고민 없이 위임하는 것은 게임 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관점에서 위험한 일"이라며 "지난 8년 간 끈질기게 확률형 아이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입법 활동을 했던 곳이 한국게임학회 이외에 어떤 기관이 있었는지 묻고 싶다"고 했습니다.
김규철 게임물 관리위원장이 지난해 12월 책무를 망각한 발언을 했으니 해명하라는 요구도 이어갔습니다. 학회는 "그는 자신이 몸 담고 있는 기관의 보수적인 심사 체계가 문제가 있고 민간으로의 이양이 전체 게임시장에 도움이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며 "이는 해당 공공기관과 기관장으로서 책무를 망각한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김 위원장은 게임물 관리 위원회 기관장으로 오기 전 GCRB 의 초대~3 대 위원장을 맡은 인물"이라며 "김 위원장의 발언은 현 기관장 임기 말에 자신이 초대~3대 위원장을 지냈던 GCRB에 더 많은 권한을 주자는 의도로 전달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학회는 공정하고 효율적인 게임물 심의에 대한 정부·학계·이용자·산업계를 포괄하는 협의체 구성과 운영도 제안했습니다.
학회는 "OECD 국가의 경우 민간 기구 중심으로 게임물 심의가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우리나라는 게임 산업의 급격한 성장과 사회적 영향으로 인해 국가 주도로 심의 제도가 생겨났고 지난 20여간 여러 차례 민간 심의 기관에 의한 심의 이전이 논의된 바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런 원론적 타당성에도 불구하고 '필요악'으로 게임위가 존속한 것은 공정하고 중립적인 민간기구라는 전제가 충족되기 어려웠기 때문"이라며 "확률형 아이템의 정보 공개를 담당한 민간기구의 한계를 보아도 자명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단순히 미국, 일본 등 해외가 민간 중심으로 심의가 이뤄지기 때문에 우리도 따라가야 한다는 주장은 지난 30여년 간 한국 게임 산업의 역사를 망각한 일방적 주장일 뿐"이라며 "한국의 미래 게임 산업 발전을 위한 게임물 심의 시스템을 논의하고 방향성을 잡을 수 있는 정부·학계·이용자·산업계를 포괄하는 협의체 구성과 운영을 제안한다"고 했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