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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만에 초대형IB 나올까…하나·키움 잰걸음
초대형IB 인가, 2017년 이후 전무
입력 : 2024-02-13 오후 2:44:00
 
[뉴스토마토 심수진 기자] 초대형 투자은행(IB) 인가를 준비했던 증권사들이 지난해 발목을 잡았던 대내외 리스크를 극복하고 올해 다시 도전할지 주목됩니다. 하나증권, 키움증권 등은 자기자본을 늘리며 초대형IB 인가를 추진하고 있는데요. 내부통제 실패, 실적 저조 등 리스크 극복이 우선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재무요건 갖춘 증권사들…6호 초대형IB 언제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하나증권, 키움증권, 메리츠증권, 신한투자증권 등 4개 증권사는 현재 초대형IB의 재무 요건인 자기자본 4조원을 충족한 상태입니다.
 
작년 말 기준 하나증권의 자기자본은 5조7625억원, 메리츠증권 5조6194억원, 신한투자증권 5조3663억원이며, 아직 실적이 발표되지 않은 키움증권의 자기자본도 3분기 말 기준 5조1272억원으로 모두 5조원을 넘어섰습니다. 
 
증권사들은 자본 규모에 따라 수익 기반을 확대할 수 있고 투자 여력도 커지기 때문에 자기자본이 중요한 지표가 됩니다. 자기자본 3조원 이상 증권사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를, 4조원을 넘으면 초대형IB 인가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초대형IB는 대형 증권사를 육성한다는 취지로 지난 2016년 도입됐습니다.
 
초대형IB로 지정된 증권사는 발행어음 사업이 가능해집니다. 발행어음은 증권사가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의 어음입니다. 초대형IB로 지정된 증권사는 자기자본의 2배 규모까지 발행어음을 판매할 수 있습니다. 발행어음으로 자금을 조달해 유동성 위기에 대응할 수 있고 다양한 사업에 투자해 수익성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증권업계는 발행어음 사업 진출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KB증권, 삼성증권 등 5개사가 초대형IB로 지정됐고, 이 중 삼성증권을 제외한 4개사가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받았습니다. 향후 초대형IB 인가를 받는 증권사가 나오면 2017년 이후 없었던 6호 초대형IB가 탄생하게 됩니다. 
 
6호 초대형IB 탄생과 관련해 증권업계 관계자는 "초대형IB 사업자가 늘어나면 시장에 발행어음 사업자도 늘 수 있어 경쟁이 치열해지고 그만큼 사업자들도 경쟁력 제고를 위해 노력하게 돼 결과적으론 시장이 선순환되는 셈"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 여의도 하나증권(왼쪽)과 키움증권 본사 건물.(사진=뉴스토마토)
 
하나·키움증권, 준비는 하지만…리스크에 발목
 
업계에서는 하나증권이 먼저 초대형IB 인가를 신청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습니다. 당초 하나증권은 지난해 초대형IB를 신청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하나증권은 지난 2020년부터 유상증자를 통해 꾸준히 자기자본을 늘리며 기초 체력을 확보했습니다. 하나증권은 초대형IB 신청을 준비하고 있지만 그 시점은 미정이라는 입장입니다. 
 
지난해 금융당국은 하나증권이 당시 49%를 보유했던 하나자산운용(당시 하나UBS자산운용)의 나머지 지분을 인수해 최대주주가 되는 방안을 조건부로 가결, 하나증권도 하나자산운용의 자회사 편입을 먼저 추진했습니다. 
 
하나증권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으로 인한 충당금과 평가손실을 반영하면서 지난해 대규모 적자가 발생한 점도 리스크 요인입니다. 하나증권은 지난해 270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습니다. 영업손실도 3340억원에 달합니다. 하나증권은 IB투자자산에 대한 평가손실과 충당금 확대, 차액결제거래(CFD) 사태 보상으로 생긴 일회성 손실이 컸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2022년부터 누적된 비경상적 손실이 1조원에 달합니다. 하나증권은 2022년 IB투자자산 관련 손실을 약 2500억원, 2023년에는 6500억원을 반영했고, CFD와 펀드 보상 관련 1000억원의 충당금을 적립했습니다. 
 
앞서 하나금융지주는 실적 발표 당시 "일회성 비용이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며, 올해는 턴어라운드가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만큼 올해 턴어라운드 신호가 확인돼야 초대형IB 인가 신청에도 청신호가 켜질 것이라는 평가입니다. 
 
IB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키움증권도 지난해 초대형IB 의지를 드러낸 바 있습니다. 키움증권은 지난 2022년 종투사 인가를 받았고, 이후 자기자본 4조원 기준을 충족하면서 초대형IB 신청 준비에 나섰습니다. 실제로 전략기획본부 내에 초대형IB 전담 조직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에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연루됐다는 의혹에, 영풍제지 하한가 사태까지 악재가 연달아 터지면서 초대형IB 추진보다는 내부통제에 집중하는 모습입니다. 두 건의 사태에 잇따라 휘말리면서 내부 통제가 부실했다는 지적이 컸기 때문입니다.
 
키움증권은 올해 초 리스크 관리 태스크포스(TF)를 팀으로 확대·개편하고 감사운영본부 내 감사기획팀을 신설하는 등 리스크 관리에 중점을 둔 조직 개편을 단행했습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올해는 내실을 다지는 과정이고, 준비는 하고 있지만 연내 인가 신청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
 
심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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