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두고 의사단체들이 집단행동을 예고하는 등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시민단체들과 보건의료노조는 필수의료업무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명분 없이 국민생명을 위협하는 협박행위라며, 의대 증원을 계기로 필수·공공의료 확충을 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13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의사협회(의협)에 이어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이날부터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을 결정했습니다. 회장을 제외한 집행부 전원이 사퇴하기로 한 대전협은 전날 오후부터 온라인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의대정원 확대 대응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앞서 의협도 비대위를 구성하고 오는 15일 전국 곳곳에서 궐기대회를 연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대전협은 의대 증원보다 시급한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는 입장입니다. 이들은 그동안 전문의 중심의 의료체계 구축과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부담 완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등의 문제가 우선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며 일방적인 의대 증원에 반대해왔습니다.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정원 2000명 증원 결정에 반발하는 의사들이 집단행동 준비에 나서고 있다. 지난 12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로비에 의대정원 증원을 반대하는 선전물이 놓여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2020년 의대 증원에 반발해 의사들의 집단휴진이 이어질 당시에도 의협의 참여율은 10%가 되지 않았던 반면, 전공의 80% 이상이 의료현장을 이탈하면서 정부가 한 발 물러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현재 정부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면허 박탈과 사법처리 등 강경대응 방침을 밝히면서 강대강 대치가 격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시민단체들과 보건의료노조는 의사단체의 집단행동에 대해 단호하게 대응하되, 이번 계기를 통해 필수·지역·공공의료를 살리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보건의료노조 측은 “의사단체의 집단행동은 어떤 정당성이나 명분이 없다”며 “의대정원 확대는 의사단체가 결정권을 가진 전유물이 아니라 의사단체를 뺀 모든 국민이 찬성하고 있는 국가적 과제”라고 했습니다. 이어 “현행법상 어디에도 파업권이 보장되지 않은 의사단체들이 환자 진료업무를 중단하는 집단행동까지 불사하겠다고 하는 건 정부에 대한 협박을 넘어 국민에 대한 협박”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의사 집단행동, 정당성·명분 없어”
보건의료노조는 이미 일본과 독일, 미국 등 많은 나라가 급속한 고령화와 증가하는 의료수요를 대비해 지난 20여년간 의대정원을 23~50% 늘렸다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초고령화 사회를 앞두고 있는 한국은 19년째 의대정원이 동결됐다는 겁니다. 노조는 “의사단체들은 집단행동에 나설 것이 아니라 늘어난 의사들이 지역·공공의료로 유입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경실련은 의사들의 집단행동과 불법 진료거부 등이 가시화되면 공정거래위원회 고발 등 적극적인 규탄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경실련 관계자는 “코로나19와 응급실 뺑뺑이, 필수진료과 휴진, 소아과 오픈런 사태 등 만성적인 의사부족 현상이 연일 사회문제가 되면서 의사 확충은 국민의 지지와 요구를 받는 정책”이라며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직역의 이익을 위한 진료거부는 어느 누구도 지지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의사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최소한의 밑바탕은 그렸지만, 그 증가분이 필수진료과와 의료취약지에 적절히 공급될 수 있어야 한다”며 “전문과목별 전공의 정원 배분의 재조정이나 공공의대 신설을 통한 의사배치 방안 등의 실효성 있는 방안들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