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아시안컵을 처참하게 끝내버린 대표팀을 두고 클린스만 감독은 당연하고 대한축구협회(축협) 책임론도 같이 불고 있습니다.
4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알에글라 훈련장에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선수들 훈련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도하=연합뉴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일이 터졌을 때 축협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진 것을 느낍니다. 축협이 욕먹는 건 과거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데, 욕먹는 이유가 달라진 겁니다. 과거에는 축협이 감독에 간섭하는 게 병폐의 상징이었는데, 이제는 간섭하지 않는 게 병폐의 상징이 됐습니다.
과거 축협은 선수 선발 등에 있어서 간섭을 해서 감독의 재량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클린스만이 무단으로 미국에 가버렸다고 하니깐 감독을 통제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사실 축협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 건 이전부터 있었던 현상입니다.
2018년 월드컵. 한국이 멕시코전, 스웨덴전의 패배로 인해 16강을 못 가고 탈락했지만 마지막 조별예선 경기에서 독일을 2:0으로 꺾어 유종의 미를 거뒀던 대회입니다.
그리고 당시 대표팀에는 축협의 김판곤 기술위원장(현재 말레이시아 감독)이 파견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후일(2022년) 김판곤이 밝힌 바에 따르면, 멕시코전과 스웨덴전이 끝나고 일부 선수들이 김판곤을 찾아와 울분을 토하며 다음 월드컵에는 달라졌으면 한다고 했습니다.
저 후일담을 보고 개인적으로는 좀 찝찝했습니다. 1998년 월드컵 때 차범근 감독이 조별예선 2번째 경기인 네덜란드전에서 5:0 당하고 중도 경질당한 일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차범근 잘못이 크다고 볼수도 있었지만, 중도 경질까지 한 건 축협이 축협 책임론을 막기 위해 꼬리자르기 했다고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2018년에도 조별예선이 다 끝나기도 전에 축협이 감독에 대해 나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목소리를 듣고 있었다니. 이건 간섭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하지만 김판곤의 이런 후일담은 멕시코전과 스웨덴전의 답답한 경기를 기억하는 축구팬들에게는 그런 식으로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윽고 이제는 감독에 대한 통제를 이야기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클린스만 거취가 어떻게 되든 축협의 역할도 제대로 정립해야 하는 상황에서, 축협의 간섭이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도 정립이 필요해보입니다.
아울러 덧붙여서 축협에 대한 간섭도 생각해볼만 합니다. 국민적 분노가 커서 여당에서 잇따라 이야기도 나오지만, 피파는 축구에 대한 정치권의 간섭을 싫어합니다. 그것 때문에 월드컵 진출을 원천 봉쇄하는 경우까지 여럿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도 줄을 잘 탔으면 합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