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지하 기자] 국내 전자부품사인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차세대 반도체 기판으로 불리는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 사업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FC-BGA가 최근 인공지능(AI)·전기차 시장 확대 추세와 맞물려 가치가 치솟고 있기 때문입니다. 양사는 올해 상반기 중 FC-BGA 신규 공장을 가동, 본격적인 사업 확대에 나설 전망입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다음 달 중 베트남에 구축하는 FC-BGA 공장 가동에 돌입합니다. 당초 지난해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공장 건설에 착수했지만 경기침체로 인한 FC-BGA 수요 감소세 영향에 가동 시점이 다소 미뤄진 것으로 보입니다. 회사 관계자는 "올 1분기 말 정상 가동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삼성전기는 지난 2021년 12월 베트남 생산법인에 FC-BGA 생산 설비와 인프라 구축에 총 8악5000만달러(약 1조13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반도체 고성능화와 5G·AI·클라우드 확대로 고성능 반도체 패키지 기판인 FC-BGA 수요가 늘고 있다고 판단, 기존 경연성회로기판(RF-PCB) 생산 라인을 FC-BGA 라인으로 전환하는 방안입니다.
FC-BGA는 반도체 칩과 메인 기판을 플립칩 범프(Flip Chip Bump)로 연결하는 고집적 패키지 기판입니다. 주로 고성능·고밀도 회로 연결을 요구하는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에 사용됩니다. 제조 난이도가 높아 공급처가 한정적이다보니 다른 일반 기판에 비해 비싸고, AI·자율주행차 영향에 수요가 급증했습니다.
다만 글로벌 경기침체와 반도체 업황 악화로 지난해 FC-BGA 수요는 다소 움츠러들었습니다. 삼성전기는 지난달 31일 4분기 실적 발표 후 진행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FC-BGA 수요는 PC CPU용 재조 조정이 일단락되면서 PC용 수요 회복이 기대된다"며 "전장·AI용 수요는 지속 증가해 전체 FC-BGA 수요는 점차 증가세로 전환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삼성전기는 올해 베트남 공장을 비롯해 국내의 부산, 세종 사업장에서 FC-BGA 생산량을 본격 확대합니다. 특히 PC용에 비해 2~3배 가격이 비싼 서버·전장용 FC-BGA 생산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 미세화·대면적화에 유리한 유리 소재 기판 기술을 개발, FC-BGA 기술 경쟁력도 키운다는 방침입니다.
지난해 1월 LG이노텍 구미4공장에서 열린 FC-BGA 신공장 설비 반입 행사에 참석한 정철동 전임 사장(사진 우측에서 네번째). 사진=LG이노텍
LG이노텍도 미래 먹거리로 FC-BGA를 점찍고 집중 육성하고 있습니다. 경북 구미에 구축한 FC-BGA 신공장은 올 상반기 내 가동할 예정입니다. 당초 양산 목표 시점은 지난해 하반기였지만 고객사와의 협의가 길어지다보니 올 1분기 또는 2분기로 늦춰졌습니다. 삼성전기처럼 전반적인 FC-BGA 수요가 일시적으로 감소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LG이노텍은 지난 2022년 2월 FC-BGA 사업에 진출, 생산시설과 설비에 413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동안 축적해 왔던 자사의 반도체 기판 기술 역량을 FC-BGA에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입니다. 후발주자로 나선 만큼 기술적 난이도가 비교적 낮은 통신·네트워크 등 PC용부터 생산, 점차 서버·전장용으로 FC-BGA 라인업을 늘려 시장 입지를 확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신지하 기자 ab@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