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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2월 14일 18:17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건설업계 ‘유동성 리스크’가 이어지고 있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사태 이후 건설사 회사채에 대한 투자심리가 약화된 와중에도 일부 대형건설사들은 흥행 속에 회사채를 발행하고 있다. 그러나 중견·중소건설사들의 상황은 다르다. 특히 신용등급 ‘BBB’로 대표되는 중견건설사들은 올해 줄줄이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사채 상환에 골머리를 썩고 있다. 이에 <IB토마토>는 차입금 만기를 앞두고 있는 중견건설사들의 영업실적·재무상황을 짚어보려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권성중 기자] 한양이 상대적으로 낮은 신용등급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시장으로부터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쟁 건설사 대비 낮은 사채 상환 부담과 이를 든든히 뒷받침하는 영업실적 영향으로 해석된다.
사모채 중심 자금조달…상반기 950억원 만기 도래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규모는 950억원(2023년 9월 말 기준) 규모다.
한양은 자금 조달을 위한 회사채 발행 때 주로 사모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지난해 9월 말 현재 만기를 앞두고 있는 사채 10건 가운데 공모채는 제76회 무보증공모사채(ESG채권) 단 하나뿐이다. 공모시장에서 한양의 회사채가 큰 주목을 끌지 못했던 전례가 일부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6월 한양은 1년물 600억원 규모 공모 회사채 발행에 나섰지만, 220억원의 매수주문을 받는 데 그쳤다. 연 7.3~8.7%의 금리밴드를 제시했음에도 목표치를 채우지 못했다. KDB산업은행이 400억원 규모 우선 인수권을 보유하고 있었기에 당시 목표로 한 600억원의 자금 조달은 완료했지만, 신용등급 BBB+인 건설사 회사채라는 점은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했다.
회사는 또 지난달 14일이 만기였던 250억원 규모 사모사채 상환을 위해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을 받아 175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하기도 했다.
한양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상반기 만기 도래 회사채 950억원 중 바이오매스 등 에너지 관련 ESG채권이 780억원”이라며 “최근 시장의 ESG 관련 수요를 고려할 때 차환에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해 11월 한양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직전과 같은 ‘BBB+/안정적’으로 평가했다. 분양경기 저하로 인한 사업변동성 확대, 공사원가 상승으로 인한 수익성 부담 등 건설업 전반을 위협하고 있는 대외적 환경 변화에 더해 에너지사업 관련 대규모 투자에 따른 운전자본 증가를 신용등급 산정 근거로 제시했다.
홍석준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2021년 이후 사업다각화 및 수익기반 확보를 위한 에너지사업 관련 대규모 투자가 이어진 가운데 주택공급 확대 과정에서의 운전자금·대여금 관련 지출로 지난해 9월 말 순차입금이 2276억원으로 증가했다”라며 “에너지사업 추가 지분 출자, 예정사업장 관련 사업비 대여 등 추가적인 자금 소요가 발생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불황에도 견조한 수익성…‘신사업’ 성과 여부 관건
지난해 9월 말 연결 기준 한양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126억원, 단기금융상품은 410억원으로 약 1500원의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다. 회사가 갖고 있는 현금 규모가 올 상반기 만기 도래 회사채 규모를 웃돈다. 또한 1368억원 고무 투자부동산과 미사용 여신한도도 903억원이 있어 만기 회사채에 대한 상환 능력은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1년 12월 연결 기준 307억원에 불과했던 한양의 순차입금은 2022년 12월 993억원, 지난해 9월 말 2965억원으로 매년 큰 폭의 증가세를 기록 중이다. 같은 기간 차입금의존도 역시 26.8%에서 23.3%로 소폭 개선됐다가 29.5%로 다시 상승했다.
그럼에도 한양의 유동성에 대한 신용평가업계의 우려는 크지 않다. 충분한 유동성 대응능력과 견조한 영업실적 때문이다.
한양은 지난해 적자였던 영업이익이 흑자전환하며 ‘턴어라운드’를 달성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연결 기준 한양의 매출은 7842억원, 영업이익은 342억원으로 전년(매출 7465억원, 영업손실 68억원) 대비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이 기간 영업이익률은 4.3%로 비슷한 신용등급을 보유한 중견건설사들이 평균 1~3%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특히 올해 1분기 이후 대규모 주택 공급 현장들의 준공과 공사대금 회수에 따라 재무부담은 점차 축소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 같은 영업실적 개선에 따른 재무건전성 회복은 지난 2021년부터 진출을 본격화한 신사업인 에너지사업부문의 영업이익 창출 여부에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양은 광양지아이, 코리아에너지, 묘도열병한, 고흥에너지 등을 지분율 100%인 종속기업으로 두고 있다. 다만 지난해 3분기까지는 대다수 에너지 자회사들이 당기순손실을 피하지 못했다. 고흥에너지 만이 1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한양과 에너지 자회사들은 현재 전남 광양 황금산업단지, 전남 여수 묘도항만재개발의 2단계 공사를 진행 중이다. 아울러 올해 상반기 전남 여수 LNG허브터미널의 착공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에너지사업의 성과를 위해 회사는 연초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기도 했다. 한양은 지난달 초 에너지부문 대표로 이왕재 전 SK에코플랜트 에코에너지BU 대표를 신규 선임한 바 있다.
한양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올해는 건설부문의 안정적 수주 기반을 바탕으로 묘도 LNG 허브터미널, 수소암모니아 사업 등 에너지사업 확장을 통해 글로벌 에너지 기업으로 도약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권성중 기자 kwon8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