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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만 패싱…북, 미·중·일·러와 직거래 시도
남북 '관계 단절' 수순…주변국들은 '정상회담' 추진
입력 : 2024-02-16 오후 3:03:16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딸 주애와 지난 8일 조선인민군 창건(건군절) 76주년을 맞아 국방성을 축하 방문했다고 북한 조선중앙TV가 9일 보도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북한이 남한을 '제1 적대국'으로 규정하며 관계 단절을 선언한 것과는 달리 미국·중국·일본·러시아와는 '직거래'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가 "대화를 위한 대화는 없다"며 북한을 외면한 사이, 한반도 주변국들이 '북한과의 대화'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북한이 주도하는 '통미봉남(미국과 통하고 남한은 봉쇄)'·'통일봉남(일본과 통하고 남한은 봉쇄)'에 우리 정부가 휘둘린 채 한반도 정세의 주도권을 놓치게 되면 지난 1994년 제네바 합의처럼 비핵화 협상은 북미가 하고, 경제적 부담은 한국이 지게 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정은, 푸틴 이어 시진핑·기시다까지 '손짓'
 
16일 최근 북한의 동향을 종합하면, 북한은 러시아를 시작으로 미국·중국·일본 등과 직접 소통에 나설 것으로 전망됩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당국의 대선이 마무리되는 오는 3월 중순 이후 방북에 나설 예정입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수차례 푸틴의 방북 일정을 외교 채널을 통해 북한과 조율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9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 이후 양국은 정치·군사분야 협력부터 경제·문화·인적 교류까지 범위를 확대해 오고 있습니다. 특히 북러 무기 거래는 기정사실화된 상황입니다. 
 
김 위원장이 중국을 직접 방문해 시진핑 국가 주석과 정상회담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북중 수교 75주년을 맞은 올해 시진핑 주석과 김 위원장은 축전을 주고받으며 올해를 '북중 우호의 해'로 선포하고 전 분야 교류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아직 북중 정상회담은 관측 수준에 머물지만, 성사된다면 중국 창건 기념일이자 대규모 열병식이 열리는 10월 1일과 북중 수교 기념일인 10월 6일 전후가 가장 유력합니다. 푸틴 대통령의 방북이 북중 정상회담을 앞당길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북한이 중국·러시아와 연대하는 것은 예상된 수순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한국을 패싱한 채 미국·일본과 직접 소통하는 '통미봉남'·'통일봉남' 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점입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15일 '개인적 견해'라는 점을 전제로 했지만 "(일본이) 관계 개선의 새 출로를 열어나갈 정치적 결단을 내린다면 두 나라가 얼마든지 새로운 미래를 함께 열어나갈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국가지도부의 구상은 없다고 하면서도 기사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추진하고 있는 '북일 정상회담'에 긍정적 신호를 보인 겁니다. 일본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북일 당국자들은 지난해 3월과 5월 동남아에서 비밀리에 만난 것으로 전해집니다. 관련해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15일(현지시간) "우리는 북한과의 대화 및 외교의 중요성에 대해 매우 분명히 해왔다"며 사실상 지지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습니다.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 될 경우 북미 양 정상이 직접 '재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국내외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7월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김영호 통일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협상은 미국, 비용은 한국"…사실상 외교전 '패'
 
정작 한반도 정세를 직접 관리해야 할 우리 정부는 이 같은 흐름에서 소외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7일 KBS 특별대담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든 안 하든 남북 회담은 할 수 있으나, '탑다운'(하향식)이 아닌 '바텀업'(상향식) 방식으로 양국 실무자 간의 교류와 논의로 준비를 해놔야지 그냥 추진하는 건 보여주기로 끝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소관 부처의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하지 않고 실질적 성과가 있는 대화를 할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남북 경제 협력 관련 법안과 합의서를 폐지하는 등 경제협력 부문에서까지 관계 단절에 나서고 있지만 바텀업 방식의 '대화 시도'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겁니다. 
 
문제는 한반도 주도권 상실로 발생하게 될 비용입니다. 지난 1994년 제네바 합의와 2005년 9·19 공동성명 당시의 상황을 상기시킬 때, 북한 비핵화 협상은 미국이 하고 경제적 보상 등의 대가는 한국이 부담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총장은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현재의 상황은 어찌 보면 대화를 단절한 자업자득의 상황"이라며 "결국 한국이 '비핵화 협상' 회담 당사자로 참여하지 못하면, 경제적 비용만 한국이 지게 되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한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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