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대성 기자] 전국 각급 법원장들이 직접 재판에 나섭니다. 사법부 최우선 과제인 재판지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취지입니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상징적인 의미에 불과하다며 법원장들의 업무과중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조희대 대법원장 역시 재판지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법관 정원을 300명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하지만 해당 법안은 국회 통과가 요원하기만 합니다.
법원장들 재판장 수행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중앙지방법원장에 이어 광주, 부산, 수원 등 각 법원장들도 직접재판을 위한 조직변경을 단행하고 있습니다.
우선 윤준 서울고법원장은 이날부터 민사60부 재판장을 맡아 대법원에서 파기환송 된 민사사건을 담당합니다. 서울고법은 올해 민사부 1부를 폐부하고, 형사부를 1부를 늘리기로 했습니다. 미제 형사사건이 늘어나자 재판부를 늘려 형사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한단 취지입니다.
김정중 서울중앙지법원장도 신설된 민사단독(재정단독) 재판부를 배석판사 없이 혼자 담당합니다. 김 원장이 맡게 되는 사건은 자동차 등 운행 및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사건과 이에 관한 채무부존재 확인 사건입니다.
부산과 광주, 수원에서도 법원장들의 재판에 나서고 있습니다. 김흥준 부산고등법원장은 일부 재정신청 사건 재판을 진행합니다. 박형준 부산지법원장도 신설된 민사29단독 재판을 담당합니다.
배기열 광주고법원장과 박병태 광주지법원장도 이날 항고사건과 장기 미제 사건 등을 맡아 재판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이상주 수원고법원장과 김세윤 수원지법원장도 재판장 업무를 수행합니다.
법조계, 실질적인 개선책 아냐
다만 법원장들은 사법행정 업무도 병행해야 해 다른 재판부와 배당 비율은 상대적으로 적게 할 전망입니다. 법조계에선 재판지연에 실질적인 개선책은 아니란 의견입니다.
여상원 변호사(법무법인 로고스)는 "법원장들의 경우 복잡한 사건은 맡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최근 장기미제사건으로 국민들의 원성이 심하니까 법원장들이 나설 정도로 사건이 많다는 상징적인 의미"라고 봤습니다.
일각에선 법원장들의 업무과중을 우려했습니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법원장들이 나이도 있고, 법원 청사 관리업무부터 법원일정과 행사 등 업무가 많다"면서 "특히 매년 말 법원장이 소속 법원 판사들을 평가하는 근무평정이 있는데, 평정시기가 다가오면 업무가 많아져 법원장들은 골치가 아프다"고 했습니다.
사법행정의 수장인 법원장이 직접재판에 나서는 것은 조희대 대법원장 취임 이후 화두로 떠오른 재판지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의 일환입니다. 조 대법원장은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선 법관 정원을 300명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해당 법안은 국회 계류 중입니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 15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장기적으로 재판지연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관 증원이 절실하다"며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오래전부터 추진하고 있지만, 국회 통과가 안 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국회에는 판사 정원을 300여명 증원하는 내용의 '각급 법원 판사 정원법' 개정안이 상정됐습니다. 다만 검사 정원을 늘리려는 '검사정원법'과 맞물려 있는 탓에 야당의 거센 반대를 받고 있습니다.
신대성 기자 ston947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