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서울의 한 대학병원 안과 진료실 앞에 진료 지연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2000명 확대에 반발해 이른바 '빅 5'라 불리는 국내 5대 상급종합병원(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을 비롯해 전국 주요 병원에서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의 집단 사직이 현실화됐습니다. 이에 따라 환자의 수술과 진료가 연기되거나 취소되는 피해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전공의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정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면허 정지 행정처분'을 내리겠다며 초강경 대응을 천명했습니다. 향후 파장에 따라 의사들에 대한 무더기 수사와 함께 기소가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전공의 집단사직…무더기 수사·기소 '초읽기'
2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11시 기준 전국 주요 100개 수련병원에서 소속 전공의의 55% 수준인 641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습니다. 여기에 사직서 제출자의 25% 수준인 1630명이 근무지를 이탈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복지부가 또 전날 오후 10시 기준으로 수련병원을 현장 점검한 결과, 10개 수련병원의 전공의 1091명이 사직서를 제출했고 이 중 757명이 출근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정부가 이날(15시 기준)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대상자는 831명에 이릅니다.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도 복귀하지 않는 경우 면허 정지 행정처분이 내려집니다.
정부가 전날부터 운영하고 있는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에 피해 사례도 접수되고 있습니다. 전날 오후 6시 기준 접수된 총 34건의 피해 상담 사례 중 수술 취소는 25건, 진료 예약취소는 4건, 진료 거절은 3건, 입원 지연은 2건이었습니다. 1년 전 예약한 자녀 수술을 위해 보호자가 회사에 휴직까지 했으나 전공의 진료 거부로 입원이 지연된 사례도 있었습니다.
정부는 전공의 집단 사직과 이탈 등 의사 집단행동에 대응해 필수의료 체계 유지에 돌입했습니다. 권역외상센터 인력과 시설, 장비를 응급실 비외상 진료에도 활용하도록 하고, 입원전담 전문의가 다른 병동 환자까지 진료할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업무 범위도 확대했습니다. 이어 공공병원과 군병원 등을 총동원하고 비대면 진료확대를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 생명 볼모 집단행동 안 돼"…윤 대통령, 강경 대응 예고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료 현장의 주역인 전공의와 미래 의료의 주역인 의대생들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집단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며 원칙론을 강조했습니다. 이어 "의사는 군인, 경찰과 같은 공무원 신분이 아니더라도, 집단적인 진료 거부를 해서는 절대 안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정부는 지금까지 의사 증원을 여러 차례 시도해 왔으나, 지난 30여년 동안 실패와 좌절을 거듭해 왔다"며 "이제 실패 자체를 더 이상 허용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의대 증원 의사를 확고히 했습니다. 또 제1야당인 민주당 등 일각에서 2000명 증원이 무리수라는 주장한 데 대해서도 "이 숫자도 턱없이 부족하다"며 "2000명 증원은 말 그대로 최소한의 확충 규모"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의대 증원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전공의·의대생의 집단행동과 관련해 "의료개혁은 절대 흔들림 없이 추진하는 것"이라고 의료개혁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김수경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습니다. 아울러 "임상의사도 중요하지만, 첨단 바이오 및 헬스케어 분야의 국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도 의료 인력 확충은 중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의대정원 확대는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의 지난해 10월 강서구청장 재보궐 선거 참패 이후 제기됐습니다. 이후 정부발로 의대정원 확대를 중심으로 한 의료개혁 논의가 본격화됐습니다. 급기야 설 연휴 전인 지난 6일 정부는 내년도 의과대학 정원을 2000명 늘리기로 발표하며 의대 정원 확대를 확정했습니다.
이에 의료계는 강하게 반발했고 대한의사협회(의협) 대의원회 운영위원회는 7일 임시 대의원 총회를 열고 '의대 증원 저지 비대위'를 설치했습니다. 이어 17일 첫 비대위 회의를 열고 파업 등 단체행동을 전 회원 투표로 결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한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소속 전공의들은 사직서를 제출하고 이날 근무를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