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요르단과의 준결승전 당시 손가락에 붕대를 감은 손흥민(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아시안컵 후폭풍이 여전히 거셉니다. 클린스만 감독 경질과 그의 선임 과정을 둘러싼 정몽규 회장에 대한 의혹, '국민 남동생'에서 '하극상'의 주인공이 된 이강인까지 축구대표팀을 둘러 싼 잡음은 앞으로도 쉬이 줄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함께 많은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른 주제도 있습니다. 대표팀 선수들 간의 '파벌' 문제입니다. 혈기 넘치는 젊은 선수들이 모이다 보면 반목할 수도 있고 다툴 수도 있다는 의견도, 그래도 국가대표인데 개인의 감정은 내려놓고 승리를 위해 헌신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존재합니다.
그렇다면 해외 축구국가대표팀에서도 이런 '파벌' 갈등이 있었을까요? 물론입니다. 때로는 자연스러운 파벌 형성을 넘어 선을 넘는 갈등을 유발하며 팀 자체를 파멸로 이끈 경우도 존재합니다.
가장 잘 알려진 사례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최악의 성적을 거둔 프랑스 대표팀일 겁니다.
당시 '제2의 지단'이라 불리며 주목받던 요안 구르퀴프라는 선수를 놓고 프랑스 선수단 간에 묘한 갈등이 발생합니다. 사교적인 성격과 거리가 멀었던 구르퀴프는 베테랑이었던 리베리와 갈라스, 아넬카 등으로부터 '왕따'를 당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구르퀴프와 비슷한 연배였던 요리스와 툴랄랑은 구르퀴프를 지키겠다며 양측 간의 파벌 싸움이 극에 달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갈등을 봉합해야하는 책임자들이 극도로 무책임했습니다. 당시 주장이었던 파트리스 에브라는 손쓰기 어려울 정도로 갈등이 심해졌음에도 수수방관했습니다. 오히려 구르퀴프 왕따를 동조했다는 의견도 있죠. 이 대회 이후 에브라는 한동안 국대 발탁과 멀어지기도 했습니다.
감독이었던 레몽 도메네크는 한술 더 떴습니다. 그는 선수단 장악에 완벽히 실패했고, 차라리 클린스만이 나아보일 정도로 당시 프랑스 대표팀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했습니다. 별자리를 신봉해서 선발 선수단을 별자리 점을 보고 정한다는 루머도 있었을 정도였죠. 결국 프랑스 대표팀은 당시 16강 토너먼트 진출에 실패했고 도메네크 감독은 귀국 후 국회청문회까지 불려나가는 수모를 당하게 됩니다.
감독의 '사위 사랑'이 파벌 싸움으로 번진 일화도 있습니다. 2014년 경 우리 국가대표팀 감독 후보로도 거론됐던 네덜란드의 베르트 판마르바이크 감독과 그의 사위인 마르크 판 보멀을 둘러싼 네덜란드 대표팀 내의 갈등입니다.
유로 2012에 참가한 네덜란드 대표팀에는 다소 독특한 파벌 갈등이 발생합니다. 당시 판마르바이크 감독의 사위인 판 보멀이 선수단의 주축 역할을 맡게 됐는데, 그는 터프한 성격으로 선수단 장악력을 높이려 했지만 문제는 당시 그의 기량이 심각한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다는 점이었죠.
정상적인 감독이라면 선발 명단에서 그를 뺄 법도 한데 판마르바이크 감독은 당시 사위를 많이 아꼈나 봅니다. 그의 기용을 둘러싸고 감독과 사위, 그리고 다른 주축 선수들 간의 갈등이 극에 달했습니다. 이런 팀의 결말은 예상 가능하죠. 월드컵 준우승팀 네덜란드는 2년 뒤 유로대회에서 3전 전패로 예선 탈락합니다.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불편한 동료나 상사, 후배랑은 밥 먹는 것 조차 힘들다고 합니다. 하물며 장기간 한 공간에서 부딪히고 함께 생활하며 성적 압박에 극도로 예민한 대표팀 선수들은 말할 것도 없겠죠.
갈등이 생기는 건 문제가 아닙니다.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문제는 어떻게 이를 봉합하고 최선의 결과를 가져다 줄 에너지로 전환하냐 입니다. 이 역할을 해줄 사람을 제대로 뽑지 못한다면 황금기는 기나긴 암흑기라는 말로 대체되는 경우가 역사에도 충분히 존재합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