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2022년까지만 해도 25대 중 1대꼴이던 중국산 수입차가 지난해 10대 중 1대꼴로 대폭 늘어났습니다. 중국 브랜드뿐만 아니라 테슬라 등 중국에서 생산된 차량이 많이 팔리면서인데요.
앞으로는 미중 갈등 속에서 북미 수출길이 막힌 중국 자본 기업들이 '메이드 인 코리아' 간판을 달기 위해 진출하는 등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넓혀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수입차 원산지별 판매량.(그래픽=뉴스토마토)
21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서 팔린 중국산 자동차는 2만6389대로 전년 대비 107.3% 증가했습니다.
전체 수입차 판매량 29만6450대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8.9%로 4.8%p 상승했습니다. 독일산(40%), 미국(19.7%)에 이어 최초로 3위 수입국으로 올라섰죠.
중국산 자동차 판매량이 늘어난 배경에는 중국에서 자동차를 생산하는 미국, 유럽 자동차 업체들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인데요. 테슬라 모델Y, 폴스타2, 볼보 S90, XC60, BMW iX3 등은 모두 중국 공장에서 생산돼 국내로 들여오고 있습니다. 올해 역시 중국에서 생산되는 볼보 EX30, 테슬라 모델3 등이 국내 출시될 예정입니다. 중국 지리그룹에 인수된 영국 스포츠카 브랜드 로터스도 올해 스포츠카 에미라와 전기 SUV 엘레트라를 출시합니다.
또 전기버스 판매량 증가도 영향을 줬는데요. 지난해 국내에 신규등록된 전기버스 2815대 중 절반 이상인 1522대는 중국산입니다. 중국산 전기버스의 신규 등록 대수가 국산을 앞선 건 처음입니다.
앞으로는 중국 자동차가 한국 시장에 더욱 빠르게 스며들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볼보, 폴스타 최대 주주인 지리그룹과 중국 전기차 업체 BYD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들은 직접 제품을 내놓지 않고 위탁 생산과 핵심 기술을 이전하며 한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폴스타 4 제조 공정.(사진=폴스타)
르노코리아는 내년 하반기부터 부산공장에서 폴스타 4를 생산합니다. 지리자동차는 르노코리아의 2대 주주인데요. 폴스타는 한국에서 생산된 폴스타 4를 북미 수출에 적극 활용할 방침입니다. 중국산 전기차는 미국에 수입될 때 27.5% 높은 관세가 매겨지는데 한국은 자유무역협정(FTA)로 이를 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르노코리아는 볼보의 중·소형 전기차 플랫폼(CMA) 기술도 가져왔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하반기 CMA플랫폼 기반의 중형 SUV 하이브리드를 출시하고 이어 2027년까지 준대형 세단, 전기차 등의 출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BYD는
KG모빌리티(003620)와 손잡고 올해 안으로 창원에 배터리팩 공장을 짓습니다. 또 하이브리드 시스템도 공동 개발합니다. BYD는 현재 GS글로벌을 통해 전기버스와 전기트럭을 국내에 판매하고 있는데 이르면 내년께 전기 승용차도 출시한다는 계획입니다.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 분야도 예외는 아닙니다. 중국 최대 코발트 생산 업체인 화유코발트는 지난해
LG화학(051910),
포스코퓨처엠(003670) 등 한국 기업과 합작사를 설립하고 국내에 공장을 짓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은 소재 공급 안정화를, 화유코발트는 북미 우회 진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한국산 간판을 노린 것이란 분석입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메이드 인 차이나' 이미지가 중국의 한계인만큼 글로벌 우회 진출은 늘어갈 전망"이라며 "중국계 하청공장으로 전략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통해 자정 기능을 잃지 말아야한다"고 말했습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