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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기 경호와 '입틀막'
입력 : 2024-02-23 오후 7:31:38
16일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KAIST)에서 열린 2024년 학위수여식에서 석사 졸업생이 R&D 예산 복원 등을 요구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항의하다 제지 당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통령의 마음이 편안해야 국정도 잘되니 심기까지 경호하자" 전두환 정권 시절 원조 하나회 출신의 장세동 대통령 경호실장은 대통령의 기분까지 챙기는 '심기 경호'로 유명했습니다. 
 
그의 충성은 맹목적이었고, 전두환의 신뢰는 전폭적이었습니다. 1983년 10월 아웅산 폭탄 테러 직후 장 실장이 사표를 냈지만 전두환은 반려할 정도였습니다. 장 실장의 과도한 심기경호는 전두환의 눈과 귀를 막았고, 민심과 괴리시켰습니다.
 
전두환 이후 심기 경호는 사실상 사라진 듯 보였습니다. 김대중·노무현정부에서의 경호는 '있는 듯 없는 듯이 하는 경호'가 자리잡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 시절 경호처는 경호지원 업무에 나선 일선 경찰관들에게 제복으로 갈아 입게 하고, '길거리에 쫙 깔린 경찰에게 경호받는다'라는 느낌을 주는 경호가 이뤄져야 한다는 '근무지침'을 내리면서 심기 경호가 재등장했습니다.
 
그리고 2024년 윤석열정권 집권 3년차, 유독 심기 경호라는 말이 자주 오르내립니다. 경호처의 심기 경호는 '입틀막'에 이르렀고,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습니다.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 때 그 지역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의 입을 막고 끌어 내리더니,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학위수여식에서는 졸업생의 입까지 막았습니다. 지난 1일 의료개혁 민생토론회 행사장 앞에서는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 회장의 입이 막혔습니다.
 
심지어 경호처로부터 입을 막힌 세 사람은 모두 행사의 당사자입니다. 단순히 큰 목소리로 의견을 표출하는 행위가 대통령의 안위에 위협이 됩니까?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목소리를 듣지않겠다는 겁니다.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의 민생토론회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민생토론회에서 대통령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만한 질문은 보이지 않습니다. 듣고 싶은 목소리만 선택적으로 듣고 있는 겁니다.
 
문제는 심기 경호를 방치하는 대통령에게 있습니다. 벌써 3번이나 입틀막 경호가 문제가 됐는데, 어떠한 조치도, 사과도 없습니다. 윤 대통령이 사건을 접하고 경호처를 문책했다면 반복적으로 일어나지 않을 일들 입니다. 대통령이 심기 경호에 만족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거죠.
 
듣지 않고 보지 않는 대통령이 어떻게 민심을 챙기고 국정을 운영할 수 있겠습니까. 대통령이 직접 나서 '입틀막 경호'에 대해 문책하고 국민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들어야 합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한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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