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심수진 기자] "핵심은 저PBR(주가순자산비율)이 아니라 기업의 주주환원 강화와 정책으로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는 것입니다."
22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한국투자신탁운용 주주환원 세미나에서 김기백 중소가치팀 팀장은 국내 증시의 저평가를 일컫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기업의 주주환원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기백 한국투자신탁운용 중소가치팀 팀장이 22일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주주환원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김 팀장은 국내 증시가 저평가 받는 가장 큰 이유를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주주환원 때문이라고 지목했습니다. 기업의 지배구조가 불투명하고 이로 인한 낮은 주주환원율이 문제라는 것입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기업지배구조는 140개국 중에서도 최하위권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는 "정부의 변화와 행동주의 펀드,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사회적인 분위기, 경영진 세대교체에 따른 주주환원 강화가 맞물리며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현상이 대두되고 있다"며 "다른 나라에서도 주주환원 흐름이 중간에서 멈춘 적은 없기 때문에 단순히 저PBR 테마 관점이 아니라 한국 자본시장이 질적으로 발전하는 전환점의 초입에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습니다.
논의 중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법인세 감면 등 세제혜택과 배당소득세 분리과세 등이 수반되는 것이 큰 진전"이라며 "제도적으로는 이사회의 충실의무 같은 상법 개정이 지름길이겠지만, 지금 논의되는 것들이 현실화되는 것만으로도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단초가 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습니다.
김 팀장은 세금 개편의 중요성도 강조했습니다. 2022년 기준 상속세와 증여세는 약 15조원으로 전체 세수의 3.7% 정도인 반면 소득세와 법인세 비중은 50%가 넘는데요. 세제혜택으로 기업이 국내에서 사업하고 고용하고 세금을 내는 환경을 만들어야 법인세가 늘 수 있고, 국내 증시가 우상향하고 거래가 활성화되면 증권거래세도 늘어 세수가 줄지 않을 것이란 설명입니다. 또한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도 세제 개편은 필수라고 강조했습니다.
김 팀장은 "향후 3년 내 한국 기업들의 주주환원율이 3분의 1 수준까지 갈 것이며 그 이상은 기업의 선택"이라면서도 "여전히 주주환원율이 낮고 배당성향이 10% 수준인 기업들도 많아 이런 부분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주주환원의 주체인 기업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김 팀장은 "사회적, 제도적으로 크게 바뀌어도 결국 의사결정 주체인 기업이 안 바뀌면 소용이 없는데, 그런 부분에서 큰 변화를 맞이할 시기가 됐다"라며 "여전히 1세대 창업주의 지분이 많고 경영권을 행사하지만, 향후 10년 안에는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2세대 경영자들은 기존 1세대와 다른 것들을 보고 배웠고, 주주환원을 강화하는 흐름인 만큼 경영자가 다음 세대로 바뀌면 기업 정책도 바뀔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또 회사 내부적으로도 직원이 최대주주에게 주주환원을 언급하기 어려웠던 분위기가, 경영진이 주주환원 정책을 직접 요구할 만큼 바뀌었고, 지배구조 변화와 세대교체를 경험한 기업들은 자사주 매입과 소각에도 앞장선다는 현장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김 팀장은 현 상황에서 투자처로 대형주보다 중소형주를 추천했습니다. 그는 "중견, 중소기업들은 이제 막 1세대에서 2세대로 지배구조 변화를 경험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미 30% 수준의 주주환원율을 기록 중인 대기업과 달리 향후 주주환원율 상승 여력이 높아 수혜가 기대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